추운 겨울날 서민들이 별미 반찬과 술안주로 즐길 수있는 생선이 양미리와 도루목이다.
둘 다 속초 앞바다에서 겨울에 만날 수 있는 대표적 어종이다.
양미리는 동명항 부근의 비교적 가까운 연안 어장에서 많이 잡힌다.
도루묵은 고성군과 양양군에 인접한 바다에 어장이 형성돼 30분 이상 배를 몰고 나가야만 잡을 수있다.
음식은 제철음식이 제일 좋다. 겨울 제철의 대표 선수가 양미리와 도루묵이다.
양미리는 싼 가격에 비해 영양이 매우 풍부하다. 양미리의 효능을 열거하자면 거의 약장수가 되어야 한다
등푸른 생선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고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스파라긴 등의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뼈의 성장을 촉진한다.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로 회복과 노화방지에 좋다.
철분이 풍부해서 빈혈방지와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DHA가 풍부해서 뇌의 활동을 촉진하며 두뇌 발달에도 좋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양미리를 고를 때는 회백색으로 깨끗하고 마른 것을 골라야 한다.
언뜻 보기에는 미꾸라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몸통이 굵고 길다.
요리 방법은 소금구이, 조림, 찌게, 볶음 등 다양하다.
도루묵은 명태 새끼인 노가리를 닮은 외관으로 몸길이는 25센티 정도된다.
몸통이 가늘고 길며 측면이 편편한데, 알을 밴 암놈은 시기에 따라 몸통의 형태가 달라진다.
도루묵은 배와 옆구리가 운모를 발라놓은 것처럼 빛나며 하얘서 토박이들은 은어라고 불렀다.
도루묵은 명칭에 얽힌 여러가지 재미난 유래들 때문에 흥미를 끈다.
고려의 왕, 임진왜란 때 피난 가던 선조, 한국전쟁 때 한강다리를 끊고 피난 간 이승만 대통령 등이 등장한다.
공통점은 당시 지도자들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도망치다 찬반과 함께 먹었던 생선의 맛이 꿀맛이었다.
그런데 피난에서 돌아 와 그 맛이 그리워서 다시 먹었더니 그때 먹었던 은어의 맛이 아니라서 도루묵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유래를 들어보면 서민들의 풍자와 조롱의 해학이 담겨있다. 결국 서민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도루묵은 그물을 던져 조업하는 것 보다 항구로 돌아와 그물에서 도루묵을 분리하는 작업이 더 힘들다.
추운 날, 살을 베는한 칼바람에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일일이 두루묵을 선별해서 부서지지 않게 떼어내야 한다.
선별 작업하는 인부들은 대기하고 있다가 배가 들어오자 마자 계약된 어선에서 끌어내린 도루묵을 분리한다.
도루묵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의 대가 역시 쥐꼬리만하다.
아무리 풍어라도 고생한 것에 비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금년에는 양미리와 도루묵이 많이 잡혀서 속초항에서 단돈 만원에 수십 마리씩 퍼담아 주고 있었다.
어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술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리는 연탄불에 구워서 노란알이 제대로 구워질 때 까지 제대로 익히는 게 중요하다.
알을 입에 한 입 물고 씹으면 오도독한 식감이 최고다.
도루묵은 뒤집을 때 석쇠에 살이 붙지 않도록 타이밍을 잘 맞춰서 살이 터지지 않게 해야 한다.
부둣가 포장마차에서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번개탄에 구워 먹어야 맛과 분위기가 제대로 산다.
요즈음은 건강에 워낙 관심이 많고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번개탄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안다.
서울에서는 번개탄으로 구워주던 굴과 조개구이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번개탄을 쓰는 고기집도 기피 대상이 되었다. 최소한 숯불이 아니면 구이집에 가지 않는다.
그래도 삼각지의 백반집이나 종로의 뒷골목 생선구이집은 연탄구이 때문에 여전히 성업중이다.
생선은 연탄불로 구워야 제 맛이 난다고 맹신하는 사람도 많고 향수 때문에 찾는 사람도 많다.
깐깐하게 건강을 따지는 사람들도 동명항을 찾으면 초등학교 시절 불량 식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듯
번개탄의 유해성이나 생선의 청결 등을 잠시 잊어버리고 빨려들고 만다.
그동안 연재해온 <안정훈의 혼자서 지구 한바퀴>를 <안정훈의 세상 사는 이야기>로 칼럼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세계일주 여행한 이야기를 일단 마칩니다. 앞으로는 일상과 여행에서 만나는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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