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즈로 급턴한 사연

사서 고생을 자초(自招)했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감성을 따른 댓가다.
원래는 멕시코의 바칼라르에서 출발해서 남쪽 국경 도시인 체투말에서 하루를 자기로 했었다.
다음날 느긋하게 ADO 버스를 타고 벨리즈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체투말 까지는 ADO버스(우등 고속버스)를 타고 편하게 잘 왔다.
체투말은 인구가 17만명 정도다. 제법 큰 도시다.
KFC와 맥도날드도 있다. 대형몰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감이 가질 않는다.
택시를 타고 예약한 숙소로 갔다.
숙소에 가보니 이건 완전 아니올시다.
바로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그냥 당일로 벨리즈(Belize)를 향해 직진하기로 맘을 바꿨다.
비싸지만 에어컨 빵빵한 다이렉트 여행자 버스는 하루 한번 밖에 없다.
로컬들이 타는 치킨 버스 뿐이다.
치킨 버스는 에어컨이 없다.
정류장 마다 모두 정차한다.
대신 요금이 싸다.
미국에서 운영하다 퇴출된 스쿨 버스다.
정원이 84명이나 된다.
일반 버스에다 꼬리를 붙인듯 길다.
묘하게 치킨 버스에 끌렸다.
제대로 땀 좀 흘려 보는거다.
그게 진짜 자유 배낭여행의 참맛이 아니겄어?

사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여행했다.
찐 배낭 여행이 그리웠다.
치킨 버스 당첨~
무덥고 습한 날씨에 두 시간을 기다려서 치킨 버스를 탔다.
국경에서 내려서 출입국 신고를 한다.
멕시코에서는 출국세 명목으로 700페소(약 47,000원)를 받는다.
돈만 내면 간단히 스탬프를 찍어준다.
도네이션 한 셈 치고 군말 없이 냈다.
직원은 내가 고분고분하니 기분이 좋았나보다.
(인터넷 검색 해보면 젊은 한국 자유 여행자들이 항의하고 따지다가 결국은 내고 말았다는 후기가 많다)
머리를 염색한 여권 사진 보다 흰 머리와 구렛나루한 실물이 더 멋지다고 농담까지한다.
처음에는 770페소라더니 가진게 700페소가 전부라니 70페소를 깍아주기 까지한다 ㅠㅠ
문제는 벨리즈 입국심사다.
엄청 까탈을 부린다.
입국 신고서를 따로 작성해야한다.
묵을 호텔 영문 예약서를 제출해야한다.
다른 로컬 승객들은 바로 심사장을 빠져 나간다.
나 혼자만 남았다.
요구대로 전부 확인시켜주고 나왔다.
세관 검사도 마쳤다.
그런데 나와보니 치킨 버스가 보이질 않는다.
운전 기사가 캐리어와 배낭은 가지고 내리라고했다.
모자와 물과 간식 봉다리는 좌석에 그대로 놔뒀다.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문제 없다고 대답했었다.
내가 안 탄건 확실히 안다.
승객이 열 명도 안됐다.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은 나 하나 뿐이다.
안 탄걸 모를리가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노랑 뼝아리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황당 시츄에이션이다.
국경 미아가 된거다.
요거 제대로 센트랄 아메리카가 신고식을 시키는구나 ㅎㅎ
어이없지만 재미지다.
이거 만만치가 않구만~
세계 여행을 하며 육로로 국경을 넘은 적이 많다.
늦는다고 짜증을 내는 기사는 봤다.
승객을 버리고 가는건 한번도 못봤다.
우여곡절 끝에 로칼 승합차를 탔다.
2천원 정도 주고 벨리즈의 국경 도시 코라솔의 버스 정류장 까지 왔다.

벨리즈 가는 로컬 시외 버스를 탔다.
144km 거리인데 4시간이 걸렸다.
손들면 무조건 서서 내리고 태운다.
좋은 버스다.
앞으로 중미 여행이 쉽지 않을거라는걸 시작 부터 느낀다.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하지만 너무 쫄지는 말자.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거다.
돌발 상황은 매일 발생한다.
풀어나가면 된다.
그게 여행의 또 다른 재미고 보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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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크기의 나라 벨리즈>

벨리즈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앙 아메리카의 북동쪽 끝에 있는 소국이다.
멕시코 바로 밑이다.
서쪽은 과테말라다.
동쪽은 카리브해와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1/10 정도로 작다.
전라도 정도의 크기다.
인구는 41만 명.
우리나라 구미시와 주민 숫자가 비슷하다.
마야족이 살던 땅이었다.
스페인이 들어와 식민지(植民地)로 삼았다.
그러다가 영국이 접수했다.
그래서 영어와 스페인어와 토속어가 같이 쓰인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어가 통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에 하나다.
라틴 아메리카는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벨리즈는 영어가 통한다.
종교는 카톨릭과 기독교가 70%를 넘는다.
인종 구성을 보면 완전 짬뽕, 비빔밥 국가다.
마야와 스페인계 혼혈인 메스티소가 53%.
아프리카와 영국 혼혈인 크리올이 26%.
마야 원주민이 11%.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프리카인의 혼혈인 가리푸나가 6%다.
특이하게도 입헌 군주제 국가다.
명목상 영국 국왕이 최고 수반이다.

벨리즈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나라는 아니다.
인프라가 열악(劣惡)하다.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
관광객 물가가 비싸다.
치안이 불온(不穩)하다.
볼거리가 별로 없다.
미국 달러를 벨리즈 달러와 같이 사용한다.
2 대 1로 계산한다.
달러를 가지고 있다면 환전하거나 ATM에서 현지 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
관광객들이 가볼만한 곳은 딱 두 곳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그레이트 블루홀이 첫번째다.
그런데 접근성이 않좋고 비용이 많이 든다.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봐야 제대로 구경한다.
또 한 곳은 빈국(貧國)의 파라다이스라고 부리는 코커스 섬이다.
벨리즈 시티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로 가깝다.
섬은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수 있을 만큼 작다.
카리브의 비취색 바다가 황홀할 정도다.
7가지 물색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벨리즈 여행자는 벨리즈 시티나 다른 곳을 가지 않는다.
바로 코커스 섬으로 직행해서 지내다 떠난다.
나도 그랬다.
현지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마인드는 단순하다.
"한번 온 외국인은 다시 또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최대한 뽑아내자" 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매력있는 나라다.
현재의 라틴 아메리카는 모두 돈 맛을 알게 되면서 순수함이 사라졌다.
내가 예전에 라틴 아메리카 11개국을 여행할 때는 그래도 오염이 덜 했었다.
그런 현실들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벨리즈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중앙 아메리카에는 7개 나라가 있다.
모두 치안이 좋지 않다.
여행 할 때 조언과 경고는 꼭 경청(傾聽)해야한다.
그렇다고 피하거나 빼고 갈 필요는 없다.
조심하고 주의해서 가면 된다.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면 된다.
쫄리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서 한 나라도 빼놓지 않고 다 가보려고한다.
첫번째 나라인 벨리즈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두려움과 걱정의 마음을 가지고 왔었다.
그러나 코커스 섬에서 충분히 쉬고 휴식과 충전을 했다.
국경에서 치킨 버스를 놓쳐서 미아가 되는 어려움을 겪은걸 빼곤 순탄했다.
첫번째 나라를 무사하고 재미나게 마쳐서 다행이다.
소박하고 가성비 좋은 낙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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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플로레스> 세계여행 D+87

키코스 섬에서 아침 9시 배를 탔다.
50분이면 벨리즈 시티의 선착장이다.
바로 옆에 국경 통과 버스 터미널이 있다.
정오에 과테말라의 플로레스로 가는 여행자 버스를 탔다.
여기서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으로 가는 버스들도 있다.
국경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벨리즈 출국세 20달러를 바치면 바로 스탬프를 찍어준다.
벨리즈의 코커스 섬에서 과테말라의 플로레스 까지는 총 8시간이 걸렸다.
과테말라는 내가 방문하는 110번째 나라가 됐다.
플로레스는 페텐이트사 호수를 끼고있다.
인구 14,000명 정도의 아담한 호반 도시다.

벨리즈 국경과 가까워서 과테말라로 올 때는 대부분 이 곳을 거친다.
마야 유적지로 유명한 티칼(Tikal)과는 64km 정도로 가깝다.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두 가지다.
환전 부터한다.
1캐찰이 175원 정도한다.
일단 50달러만 캐찰로 바꿨다.
360캐찰을 준다.
다음은 유심을 사서 끼워야한다.
우선 눈에 띄는 Tigo 대리점에서 구매했다.
데이터 소모가 넘 빠르다.
나중에 알고보니 끌라로 Claro 유심이 훨 낫다.
처음 도착한 낯선 나라에서 인터넷이 되면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과 같다.
구글 맵으로 확인해보니
예약한 숙소가 호수 북쪽에 있다.
남쪽에서 육로로 가려면 호수 주변을 삥 둘러서 가야한다.
허걱~ 21km나 된다.
툭툭이 기사에게 물으니 보트가 있다고한다.
선착장이 가까운데 3,500원을 부른다.
날씨가 덥고 습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가깝긴 하지만 캐리어를 끌고 돌로 된 길을 걸어서 갈 엄두가 나지않는다.
혼쾌히 오케이하고 탔다.
배 까지 캐리어를 들어서 실어준다.
인사도 깍듯하다.
바가지도 써줄만하다.
돈이 좋은거여.
혼자서 타는 프라이빗 보트의 요금도 1.800원 정도로 싸다.
하긴 배를 타니 5분 밖에 안걸린다.
배를 내리니 바로 앞이 숙소다.
문제는 동네가 넘 깜깜한거다.
느낌상 으스스하다.

숙소에서 보이는 호수
다음 날 호수 가운데 있는 섬의 다운 타운으로 숙소를 옮겼다.
시내와 호수는 1시간이면 다 돌아본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
마야 몰에 가니 ATM이 있다.
카드로 1,000캐찰을 뽑았다.
수수료는 32캐찰이다.
(나중에 간 안티구아의 ATM 수수료는 4.9 %, 5.2%로 비쌌다)
다음 날 TIKAL 유적지 투어를 예약했다.
일몰 시간이 되면 석양을 보려고 섬의 서쪽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호수 너머의 석양이 멋지다.
마침 숙소가 서쪽이다.
제대로 일몰 감상을 하고 하루를 마쳤다.
길게 있을 만큼 매력있는 도시는 아니다.
내일 티칼 다녀와서 야간 버스를 타고 바로 안티구아로 넘어 가기로했다.

저녁을 로컬식당에서 먹었는데 8700원으로 비싸다

점심 4400원

마야몰의 점심 4500원
지출(58,000원/333캐찰)
화장실 3캐찰/5캐찰.
툭툭이 20×2=40캐찰.
심카드 75캐찰.
숙소 145. 배10.
저녁 55 캐찰.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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