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자업자득
by 로빈 | 20.03.2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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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進退兩難)’.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딱 어울리는 한 사람을 꼽자면 일본 총리 아베 신조다.

 

도쿄올림픽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취소를 촉구하는 세계 각지의 목소리가 뜨겁다.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열겠다며 성화 봉송 행사도 강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비관적이다. 코로나19는 아시아를 지나 미주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려면 긍정적으로 유추해도 6월은 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많은 종목들의 올림픽 최종 예선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 올림픽 티켓을 위한 경기들이 열려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경기가 중단됐다. 7월 24일 올림픽 개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요행히 올림픽 개막 직전 코로나사태가 진정이 되어 개막을 밀어붙인다해도 최종 티켓을 땄거나 출전이 확정된 종목만 가능해 반쪽짜리 올림픽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두세달 뒤로 연기할 수도 없다. 개별 종목들의 대륙별 주요 리그와 겹치기 때문이다.

 

88올림픽 육상 100m 금메달리스트 칼 루이스는 21일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년 뒤로 연기하는 것이 좋다. 동계 대회에 이어 하계 대회를 개최하면 2022년 올림픽 축제의 해가 될 것이다. 은퇴를 앞둔 일부 선수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칼 루이스의 제안은 우물안 개구리’의 단견이다. 2022년은 올림픽 외에도 FIFA의 카타르 월드컵과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물론 날짜는 겹치지 않게 할 수 있다.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7월 도쿄올림픽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2월 카타르 월드컵 순으로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 등 매머드 종합경기만 있는게 아니다. 다른 종합대회와 각 종목들의 대륙별 국가별 리그는 언제 어떻게 연다는 말인가.

 

종합스포츠대회의 불문율(不文律)이 한가지 있다. 같은 해 개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천문학적인 수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매머드 대회가 열리면 방송국 중계권료와 글로벌기업들의 광고료 등 파이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관객들의 관심도 분산된다.

 

아다시피 IOCFIFA4년 주기를 고수한다. 재산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4년마다 개최해야 새로운 스타, 새로운 스토리가 나온다. 광고료, 중계권료도 늘 최고치를 기록한다. 예선 리그 치를 시간을 확보하고 연령별 대회와 다른 종합경기, 대륙별, 국가별 리그를 배려하는 이유도 있다.  


만일 올림픽과 월드컵을 1년이나 2년 주기로 연다면 신선도가 떨어져 관객들의 관심도 줄어들뿐 아니라 다른 종합경기와 대륙별 국가별 리그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똑같이 4년주기인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을 2년마다 엇갈리도록 한 이유도 각각의 ‘밥그릇’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오래전 FIFAIOC가 대립한 적이 있다. IOC가 올림픽에 프로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기 시작한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이었다. FIFA는 비상이 걸렸다. 그대로 방치(放置) 할 경우 또다른 월드컵 축구가 올림픽에서 펼쳐질 판이었다. 그렇게되면 월드컵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FIFA의 강력한 반발로 IOC는 올림픽 축구선수들의 연령을 만 23세로 제한하는 대신 3장의 와일드카드(연령 비제한)를 허용하는 타협안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시행했다.

 

그렇게 덩치 큰 고래끼리 이익을 극대화한 구조를 도쿄올림픽 하나로 뒤흔든다는 것은 용인하기 힘들다. 심지어 IOC도 동하계 올림픽의 동시개최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사 2년 뒤로 미뤄져도 일본은 난감하다. 천문학적 투자가 들어간 경기장과 선수촌 아파트를 2년 동안 놀리게 되면 엄청난 고정비용과 기회비용 손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림픽 대박을 노렸는데 자칫 쪽박을 찰 지경이다.

 

결국 일본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은 이제라도 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다. 선수촌 아파트는 서둘러 시민들에게 분양하고 경기장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을 세워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 또 아는가. 2060년쯤 IOC의 동정표를 얻어 올림픽을 다시 한번 유치하는 기회가 주어질지.

 

애당초 일본과 IOC2020년 올림픽을 욕심내지 말았어야 했다. 후쿠시마 방사능의 위험성이 막대한데도 '사익'에 눈이 어두워 일본 국민은 물론, 세계인과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올림픽을 억지로 끌어안았으니 말이다.

 

결론의 사자성어는 자업자득(自業自得)’, 자기가 저지른 과보(果報)는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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