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회 하원 교육위 소위원회 표결(2014년 1월 29 일)
그동안 상원보다도 하원을 훨씬 더 걱정해왔던 필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원의 동해 병기 법안 심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원 전체 회의에서는 주지사의 노골적인 변심으로 매키친 의원이 수정안을 내는 최대의 위기 상황을 잘 넘기고 일본 정부를 넉다운 시켰지만 앞으로 하원에서는 어떠한 위기 상황이 닥쳐올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한인들의 손을 들어주며 주지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강력히 비판한 것이었다. 이를 보고 주지사가 그나마 반대 행동을 자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마음에 품었다.
상원 교육위 소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동해 법안이 통과된 점을 감안해 하원 교육위 소위원회 심의에는 한인들을 대거 동원하지 않고 버지니아 주 의회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 심의를 지켜보기 위해 버지니아주 각 지역에서 모여든 한인들의 숫자는 100명이 넘었다. 주 의회에 도착하자마자 필자와 ‘미주 한인의 목소리’ 임원들은 팀 휴고 의원 사무실로 향했다. 사전 전략 회의를 하기 위해서다.
휴고 의원은 매우 흥분되고 상기된 얼굴로 “한인 여러분! 주지사의 방해 공작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필자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휴고 의원은 “주지사 참모들이 지난 며칠간 하원 교육위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 9명을 일일이 찾아가거나 접촉해 동해 병기 법안을 좌절시켜 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이 사실은 주지사 참모들로부터 압박을 받은 공화당 의원들에게서 직접 들은 정보이니 분명한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민주당 하원의원 3명은 모두 주지사 뜻에 따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공화당 의원들 중 2 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동해 병기 법안이 좌절된다는 말입니까?” 팀 휴고 의원은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동해 병기 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결정했으니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동해 법안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회의장은 이미 100 여명의 한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6명의 공화당 의원과 3명의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하원 교육위 의원들이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동해 병기 법안을 상정한 팀 휴고 의원은 발언을 시작하기 전 관중석을 보며 “이 회의실에서 동해 병기 법안에 찬성하는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참석했던 100여명의 한인들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인원은 전체 관중의 90%가 넘는 듯 했다.
곧이어 휴고 의원이 9명의 소위원회 의원들을 바라보며 발언을 시작했다. “’동해’란 바다 이름은 대한민국 민족이 2000년 넘게 사용해 왔는데 일제시대인 1929년 ‘일본해’로 바뀌었습니다. 전세계 지도와 출판물, 교과서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돼 오늘날까지 85 년 동안 사용되어 왔고, 버지니아주 공립학교에서 채택한 교과서에도 일본해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버지니아 주민인 한인들로부터 교과서 내용이 잘못됐으니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가 면밀히 검토를 해봤습니다. 동해를 병기(倂記)하자는 한인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고 한인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옳은 일입니다. 의원들께서 동해 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찬성표를 던져주시기 바랍니다.”
휴고 의원은 이어서 “버지니아주 한인 사회를 대표해 ‘미주 한인의 목소리’ 피터 김 회장의 법안 통과 촉구 발언을 듣겠습니다”라며 필자를 소개했다. 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소위원회 의원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버지니아주에는 15 만의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이민 1세나 1.5세입니다. 저는 1.5 세 한인으로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이 바다 이름을 ‘동해’로 배웠고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2 년 전 우연히 초등학교 5 학년이었던 제 아들 크리스가 학교에서 이 바다를 ‘일본해’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과서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뜻에 동조한 버지니아주 15만의 한인들은 의원 여러분들이 꼭 동해 병기 법안을 통과시켜 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해’란 이름을 완전히 빼자는 것도 아니고 ‘일본해’와 함께 ‘동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자는 법안입니다. 우리 한인들의 바람은 매우 공정한 것입니다. 공정한 부탁을 여러분들께 하는 것이니 찬성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 버지니아주 정치인들이 외국 정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까? 여러분은 버지니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외국 정부의 요구를 듣는다면 다음 선거 이후에는 여러분들이 다시 그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무리를 짓고 자리에 돌아와 앉자 그동안 함께 서서 지켜 보고 있던 한인들이 다시 한번 우르르 소리를 내며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이 모든 과정을 넋을 놓고 지켜보던 소위원회 의원들은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위원장이 “동해 법안에 대한 반대 발언은 없습니까?”하고 묻자 일본측 로비스트이자 필자의 버지니아 사관학교 동창인 시어도어 아담스가 손을 번쩍 들고 발언요청을 했다. 아담스는 상원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동일하게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85년 동안 ‘일본해’ 명칭을 사용해 왔고 미 국무부도 일본해 단독 표기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버지니아 주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 시킨다면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고 심각한 외교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으니 동해 법안을 좌절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한 후 자리로 돌아갔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인이라는 사실에 많이 위측된 것 같았다.
이쯤되니 하원내 서열 3위이며 공화당 원내 대표인 팀 휴고 의원이 동해 법안을 발의했고 하원 의장과 공화당 당대표를 비롯해 20 명의 의원들이 공동 상정을 했기에 큰 문제 없이 소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공화당 지도부가 전폭적으로 동해 법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소위원회에는 공화당 의원이 6명이나 있으니 여유(餘裕)마저 생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