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55)
by 현승효노천희 | 22.06.30 16:01


들길의 달이 밝았다 맘속의 노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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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이곳에 도착하니 전 막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또 고된 훈련을 나가고 없었다. 그 적막이 나를 더욱 쓸쓸하게 한다. 이곳이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곳. 마치 처음 이곳 양평에 와서 느끼던 감회를 나는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군생활의 익숙함이 초병 때에 느끼던 말할 수 없던 적막과 쓸쓸함만을 면하게 해 주었다.

 

앞으로 괴롭고 입술을 베어 물어도 견뎌내기 힘든 고통과 시련이 수없이 밀려올 것이고, 아마 기쁜 일보단 울분과 비탄의 시간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견디리라. 사랑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며, 나는 또한 그것을 나의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어제 이곳에서 첫 잠을 잤다. 숙면을 하지 못했고 며칠을 긴장과 초조감에 쫒겼다. 새벽녁에 잠이 깨었을 때 주위에 누운 낯선 얼굴과 상황 그리고 불현듯 그리움에 가슴이 저려와서 고통스러웠으나 애써 떨치다. 3년 전 이곳에 와서 느꼈던 것과 유사한 기분이다.

 

이른 새벽 이렇게 외로움과 그리움이 사무쳐오는 시간을 나의 노야도 얼마나 많이 경험 했을까. 나는 알 수 있다. 그래서 노야가 더욱 그립다. 너를 안아주고 싶고 네 귓가에 사랑의 밀어를 들려주고 싶다. 오늘 새벽엔 더욱 그렇다. 노야! 굳센 나의 여자야. 강인한 나의 여자야. 나는 그대의 강함을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안다오.

이제 오늘도 하루 해가 저문다. 아무리 떨쳐 버리려해도 우울한 심정이 마디마디 나의 가슴을 파먹는다. 이것은 생소한 환경이 주는 낯설음인가 아니면 닥아올 고생과 홀로 된 외로움에 대한 공포인가?

 

모든 것이 나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라고 수없이 자책하고 이성으로 간신히 간신히 떨쳐내려고 한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여야 한다. 나는 나의 고통으로 중생에 도움을 줘야하고 그것이야 말로 나의 완성의 길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분 일초의 짬도 없고 오직 3끼의 짬밥만이 기다릴 뿐이다. 오늘 똥을 준 밭에 풀을 베면서 유달리 처량하게 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다. 쏘쩍쏘쩍 저 울음소리, 쏘쩍쏘쩍 너는 참 구슬피도 운다. 또 들리는 소리. 나는 이 고생을 승화의 발판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하는 이,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노야. 이제 취침시간이 되었다. 이 밤도 노야에게 평안과 안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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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종일 맨몸으로 태양 아래에서 사역을 했다. 그리고 밥을 나른다. 온 몸이 소금으로 범벅이 된다. 한개피의 화랑담배가 그토록 달다. 이 모든 고통은 오직 노야의 힘으로만 지탱된다. 나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 노야는 나의 생명 바로 그것이다.

인간을 개 돼지 취급하는 일, 잔소리,그리고 닥아올 고통에 공포가 엄습한다. 수채를 치우고 세면장 공사를 하면서 물을 수없이 마신다. 땀구멍이 확장되는 것 같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나의 지주, 나의 유일한 보루이다.

이 생활도 조금 있으면 익숙되겠지. 저녁이 되고 초생달이 석양에 걸린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고 있다. 오늘은 밤이 깊어도 잠을 재우지 않는다. 쓸모없는 일들이 계속된다. 인간성 해방을 위한 방향이 아닌 조직과 규율은 오히려 자연을 파괴한다. 그것은 개조와 변혁으로서의 인간존엄을 위한 운동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적 인간임조차 파괴하는 역방향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알기에 나의 고통과 공포는 타인에 비해 더욱 큰 것인가, 아니면 나의 인내가 부족한 때문인가.

한 시간을 자고 보초서러 나가다. 3시간의 연속근무다. 다 합쳐서 자는 시간은 4시간여. 보초를 서면서 노야를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맨 땅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여름이라는 것은 군인에겐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 줄 모른다. 아마 겨울이라면 동사를 했거나 잠을 이루지 못했거나 하나일 것이다. 새벽430분경 교대를 하고 돌아가 1시간 가까이 자다.

계속 나의 머리는 회전을 한다. 이것을 이길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생각해도 별 대의명분을, 내가 희생하는 대의명분을 발견할 수 없다. 이것이 이 국가에 사는 젊은 반항아가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이다. 나는 지금 그 생각에 종일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이 고통과 고뇌를 누군들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동지들은……….

나의 몸을 부셔놓을 고통도 고생도 나는 두렵지 않다. 다만 나의 지성이 나의 이성이 그것을 용납한다면. 내가 겪는 시련은 나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방황에서이다. 이 방황이 끝나는 날 나는 나의 행동을 결정 지우리라. 그 결단의 시기가 언제일 것인가, 이것이 나의 가슴과 나의 온 뇌리를 후빈다. 이 형언할 수 없는 갈등은 피를 말린다. 아랫배에 힘도 없고 온몸이 끝없이 무겁기만 하다. 오직 노야의 영상만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아직은아직은.

이곳에서 겪는 병사들의 고통은 말로써 형언키 어렵다. 겪지 않는 자는 모르리 저들의 고통의 댓가는? 나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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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진종일을 빨래하다. 내가 하는 빨래가 동료들의 피곤을 덜어준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하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다만 여기서만 나의 정신과 일치가 된다. 그것은 보살계다. 가련하고 지치고 시달리기만 하는 저 질곡 속의 중생들, 그들은 인간의 존엄이 무언지조차 모르고 그냥 폭력적인 힘에 의해 강요된 삶을 살고 있다. 왜 인간은 싸워야만 하고 평화보다 전쟁을 배우며 창조보다 파괴에 더욱 전력하여야만 하나. ! 주여! 나에게 해답을 주소서.

정말 미치도록 괴롭기만 하다. 달아나고만 싶다. 아니 차라리 죽고 싶다. 나의 노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립다. 너만이 나의 모든 것. 너를 생각 않는 시간은 나의 숨이 끊어지는 날이다. 새벽 1시에 취침, 4시에 기상이다. 그러나 이것도 호강 중에 상호강이다. 나가있는 동료들은 지금쯤 거의 죽어 있을 거다. 나는 저들의 고통과 비통을 나의 것으로 해야 한다.

사랑하는 나의 강인한 여자야, 나를 지켜다오. 처음부터 당했다면 그리고 이 일에 익숙하다면나는 지금 신병처럼 그들의 일도 그들의 얼굴도 모르고 생소한 곳에 나 홀로 오직 노야의 영상만을 안고 와 있는 것이다. 같이 온 사람도 없고, 동료 동기라고는 없다. 나의 이 시련의 결과가 나를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 운명이라는 괴물을 거울 속에 내 얼굴을 직시하면서 스스로 자문해 본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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