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회향학적 원리(31)
by 현승효 | 24.01.22 14:28


우리의 사유는 존재 자체의 의지 행위, 즉 자투의 표면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자투의 가능태로서의 존재 자체는 활동의 가능성이다. 인간의 인식을 가능케 하는 것은 힘으로서의 의지다. 이 의지를 가지는 근원적 자아야말로 존재 자체로서의 유이자 무. 존재 자체는 근원적절대적으로 그 스스로를 정립한다. 여기서는 창조와 행위는 하나이며 둘이 아니다.

 

창조의 영역에서 자아는 비아를 규정한다. 한편 자아는 비아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므로, 이때 자아와 비아는 상호규정 관계에 있다. 자아가 비아를 자아에 의해 규정된 것으로 정립하는 것이 존재 자체를 발견하기 위한 이론적 실마리다. 여기서 우리는 비아를 포착하고 비아에 접근하기 위한 배경의 무형적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감각이라고 하는 외부의 창을 관통하여 내부의 힘을 보게 된다.

 

자아가 비아를 규정하는 것으로만 나타나는 단계는 존재 자체, 즉 절대적 자아에 의한 관계의 해소인 창조의 단계로서, 그 창조의 귀결은 존재 자체의 실제적 구현에 있다. 존재 자체는 현존재적 자아에 대하여 인식의 유한성에 대한 기저로서의 무한성이며, 규정하는 것으로 하여금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무규정적인 것이다.

 

이때의 무한성무규정성은 자아에 대한 무한성무규정성이라는 의미이다. 창조라는 관계 속에서 자아는 비아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때 존재 자체에 의거해 모든 것을 존재 자체에 복귀시키는 일만이 정립된다. 또 비아는 자아에게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나타날 뿐, 현존재에서와 같은 자아와 비아의 동등한 상호파괴적 대립성은 이미 존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때의 자아는 이미 존재 자체를 자기 속에 가지고 있는 비-현존재적 자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즉 전체 존재의 제일 원리를 설정하는 것은 오직 실천영역에서만 가능하며 이론 영역에서는 불가하다. 우리는 인식의 완전성과 이로 인한 인식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부정할 수 없다. 대상적 인식의 불완전성은 대상과의 불일치에 있다.

 

인간은 자아와 비아의 불일치에 대응하는 수단인 인식에 만족하지 않고 수단과의 불일치를 경험하는데, 여기서 의지가 대두된다. 이러한 회의에서 인간은 최종적으로 무의 개념, 공의 개념을 산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 무는 실재적 완전성에 이른 존재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첨예화된 불일치를 유발할 뿐이다. 인간은 이때 무에 대하여 무가 있다또는 무가 없다는 명제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오성적 의식 형태는 내적 직관이든 외적 직관이든 대상에 관한 것, 즉 존재에 관한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 개념은 존재에 대한 것인 있다혹은 없다라는 문제와 결부되고 이것은 무와 존재의 상충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무의 개념이 인식의 최후의 사실이라는 것은 인식이란 존재에 관한 개념적 파악이기 때문이다. 인식 개념의 전개를 통해 최후에 도달하는 최고봉인 무에서 인간은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심원한 불일치를 직면할 뿐이다. 무는 인식 자체에 대한 회의에서 기인한다. 즉 우리가 하나의 명료하고, 마치 영원 속에 있는 것처럼 파악한 어떤 것이 변화해가고 쇠퇴해가는 것을 알게 될 때 인간이 궁극적으로 인식에 의해 도달하는 것은 무 또는 공이라는 것이다.

 

무가 있다고 한다면 이 명제 자체가 하나의 모순이다. 무란 것이 바로 존재하지 않는 것, 부정을 의미하는데, 비존재의 존재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해결할 수 없는 주부와 술부의 불일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에 우리가 무란 없다고 할 때, 이것은 인간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과 거부를 나타내며, 이는 나의 존재에 대한 불일치로 귀결된다.

 

무일지라도 내가 감각 및 정서상 명명하는 저 의식형태는 단지 그것들이 어떤 종류의 의식형태인 한 내 안에 있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며 존재한다고 할 때 내가 무에 대한 개념을 가지는데, ‘무는 없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나의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된다. 그리하여 무의 개념은 인간에게 최대의 공포와 전율로서 존재에 대한 관계 속에서 근원적 불일치로 나타난다. 이처럼 인식의 최고봉인 무 개념이 대두될 때, 인간존재는 불일치에 대한 투쟁을 결단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즉 인식에 이어지는 의지에 의해서 인간은 무에 도전하며 또한 근원적 불일치에 도전한다. 인간은 행위에 의해 부단히 창조적 유를 지향함으로써 무를 거부하며, 따라서 존재와 무의 상충관계의 불일치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은 정신의학에서 무에 직면한 자가발작적으로 행위를 벌인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인간은 죽음에 직면할 때 가장 정열적으로 투쟁하며 종말을 예감할 때 자신의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추구 하는 회향은 바로 창조 속에 실재하는 최선의 것, 즉 완전성을 위한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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