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자유의 탄생
by 뉴스로 | 26.10.31 15:58

〈오늘의 역사속으로〉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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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역사는 낡은 권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들을 기록합니다. 종교개혁의 불꽃은 유럽 사회의 오랜 질서에 균열(龜裂)을 냈고, 헝가리에서는 제국의 지배에 맞선 독립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인도의 지도자는 암살로 생을 마감했고, 독도 앞바다에서는 구조를 향하던 헬기가 추락해 안타까운 희생을 남겼습니다.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 그리고 생명을 지켜야 할 책임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517년 10월 31일 —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의 문을 열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비텐베르크에서 가톨릭교회의 면죄부(免罪符) 판매와 교회 권위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내놓았습니다. 교회의 개혁을 촉구한 이 사건은 유럽 종교개혁의 출발점으로 기념됩니다. 종교와 정치,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온 역사적 전환이었습니다. 다만 루터가 교회 문에 직접 문서를 붙였다는 일화는 전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사실 자체는 역사학계에서 논쟁이 있습니다.

 

1883년 10월 31일 — 한성순보 창간, 조선에 근대 신문의 시대가 열리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가 창간됐습니다. 개화기 지식인들은 신문을 통해 국내외 정세와 새로운 문물을 알리고 백성의 눈과 귀를 열고자 했습니다. 순한문으로 발행돼 독자층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조선 사회가 근대적 언론의 길로 나아간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1918년 10월 31일 — 헝가리 국화혁명, 제국의 질서에 균열을 내다

 

제1차 세계대전 말기,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지배에 반대하는 이른바 ‘국화혁명(Aster Revolution)’이 일어났습니다. 시민과 군인들이 국화꽃을 달고 거리로 나섰으며, 카로이 미하이(Mihály Károlyi)가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전쟁으로 흔들리던 제국의 질서가 무너지고 헝가리 독립국가의 길이 열리는 역사적 전환이었습니다.

 

1941년 10월 31일 — 러시모어산 조각 완성, 바위에 새긴 미국의 역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Mount Rushmore)에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네 대통령의 거대한 얼굴 조각이 완성됐습니다. 1927년 시작된 대규모 조각 작업은 미국의 건국과 성장, 보존과 통합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남았습니다. 다만 이 산은 원주민 라코타족에게 신성한 땅이기도 해, 기념물의 의미와 함께 토지와 역사에 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4년 10월 31일 — 인디라 간디 암살, 인도 사회를 뒤흔들다

 

인도의 첫 여성 총리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가 뉴델리 자택에서 경호원들의 총격을 받아 암살됐습니다. 당시 인도는 펀자브 지역의 분리주의 갈등과 시크교 성지 황금사원 군사작전 등으로 극심한 긴장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의 죽음 뒤에는 시크교도들을 겨냥한 대규모 보복 폭력이 벌어져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지도자의 죽음이 사회 전체의 갈등과 상처로 번진 비극이었습니다.

 

2003년 10월 31일 — 노무현 대통령, 제주 4·3에 국가의 이름으로 사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 4·3사건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희생이 발생한 데 대해 유족과 도민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1948년 이후 오랜 세월 침묵과 왜곡 속에 놓여 있던 국가폭력의 책임을 대통령이 국가 차원에서 인정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과거를 들추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보여줬습니다.

 

2019년 10월 31일 — 독도 인근 소방헬기 추락, 구조의 길에서 생명을 잃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추락했습니다. 헬기에는 환자와 보호자, 소방대원 등 모두 7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향했던 구조의 여정이 참사로 끝나면서 국민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습니다. 이 사고는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구조대원들의 안전과 구조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영조(英祖, 1694~1776)

조선 제21대 임금으로, 탕평책(蕩平策)을 추진해 붕당 간 대립을 완화하고 균형 있는 정국 운영을 도모했습니다. 균역법(均役法)을 시행해 백성의 군역 부담을 줄이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도 힘썼습니다. 그러나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은 그의 치세에 깊은 그늘로 남았습니다. 개혁과 정치적 갈등, 왕권의 무게가 함께 교차한 군주였습니다.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짧은 생애에도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송시》, 《나이팅게일에게 부치는 송시》 등 아름다움과 사랑, 시간과 죽음에 관한 깊은 시편을 남겼습니다. 병마와 가난 속에서도 인간의 감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언어로 길어 올린 시인이었습니다.

 

장제스(蔣介石, Chiang Kai-shek, 1887~1975)

중국 국민당의 지도자로, 신해혁명 이후 중국의 정치·군사적 격변을 이끌었습니다. 국민정부의 지도자로 공산당과 내전을 벌였으며, 국공내전에서 패한 뒤 대만으로 건너가 중화민국 정부를 이끌었습니다. 20세기 동아시아의 정세와 중국·대만 관계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입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해리 후디니(Harry Houdini, 1874~1926)

헝가리 출신 미국의 마술사이자 탈출 마술의 대가입니다. 쇠사슬과 수갑, 물속의 밀폐된 상자 등에서 탈출하는 놀라운 묘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초자연적 현상을 내세운 사기와 허위 영매술(靈媒術)을 폭로하는 데도 힘썼습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무대 예술가로 기억됩니다.

 

인디라 간디(Indira Gandhi, 1917~1984)

인도의 첫 여성 총리로, 1966년부터 1977년까지, 그리고 1980년부터 암살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인도를 이끌었고,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과 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정치적 논란도 남겼습니다. 그의 생애는 인도 현대사의 성취와 갈등을 함께 보여줍니다.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

이탈리아 영화감독으로, 《길(La Strada)》,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8과 2분의 1(8½)》 등을 통해 세계 영화사에 독창적인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현실과 환상, 기억과 꿈을 넘나드는 영상 언어로 현대 영화의 표현 영역을 넓혔으며,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공로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10월 31일은 역사의 문을 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루터의 문제 제기는 유럽 사회를 바꾸었고, 한성순보의 창간은 조선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길을 열었습니다. 제주 4·3에 대한 국가의 사과는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과 화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습니다. 반면 인디라 간디의 암살과 독도 인근 소방헬기 추락은 갈등과 재난이 얼마나 많은 삶을 앗아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역사는 위대한 인물의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름 없이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서 비로소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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