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최고의 버스기사”
by 장호준 | 23.06.04 14:20

일곱살 엘리의 칭찬

 

 

엘리는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는 1학년 꼬맹이입니다.

 

가끔은 조용하고 가끔은 소란하고 가끔은 버스 안을 휘젓고 다니기도 하지만 앉아라’, ‘조용히 해라하는 내 잔소리는 잘 듣습니다.

 

물론 내 잔소리를 듣고 좌석에 앉아있는 시간이 그저 2~3분도 채가지 않기도 하기에 녀석을 태우고 집까지 가는 동안 한 열 번 이상 잔소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No'라는 대답은 하지 않는 것이 신통한 꼬맹이입니다.

 

헌데 지난 주에는 녀석이 갑자기 내 잔소리에 ‘NO!'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쿨 버스를 길옆에 세우고 녀석이 앉은 곳으로 곧장 다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What did you say!"라고 했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NO'라고 다시 말합니다.

 

결국 맨 앞자리로 옮겨 앉히고는 집에 내려 주면서 녀석의 엄마에게 엘리가 내 말에 ‘No'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꼬맹이들의 행동을 엄마에게 고자질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리 하는 이유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이 스쿨 버스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이 스쿨 버스 안에서 가장 천사답게 행동한다는 환상(幻想)에 빠진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침에 엘리를 태우고 학교로 가는데 꼬맹이가 나 돈 있어요.”라고 말하며 돈이 들어있는 짚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네가 왜 돈을 가지고 학교에 가니?” 하고 물어보니 오늘 학교에서 book fair를 해요. 책을 사려고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구나. 재미있는 책을 잘 골라서 사 봐라고 말을 해 주었는데 오후에 학교가 끝나고 스쿨 버스를 타자마자 학교에서 새로 산 책을 꺼내들고는 집에 다 도착 할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신통한지 집에 내려주면서 엄마에게 오늘 엘리 최고 였어요라고 말 해 주며 보통은 롤리팝을 주지만 특별히 ‘sour patch’ 두 봉투를 주었더니 녀석이, 칭찬도 듣고 ‘sour patch'도 두 봉투나 받고나니 얼마나 신이 났던지, 전날 야단맞았던 것도 다 잊어버린 채 내게 달려들어 덥석 끌어안으면서 이렇게 말 하는 것이었습니다.

 

“You are the best school bus driver I've ever known!!!”

 

그 말에 나와 엘리 엄마는 “How many school bus drivers did you ever know?" 라고 하며 마주보고 깔깔거리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엘리 입장에서는 기분 좋고 신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을 한다고는 했겠지만 사실 엘리가 만난 스쿨 버스 운전사는 녀석 7년 평생에 오직 나 하나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7년 평생을 통해 알고 있는 하나뿐인 스쿨 버스 운전사가 자기가 아는 스쿨 버스 운전사들 중 최고의 운전사라고 해주니 말입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물을 주는 만큼 꽃은 피어나고, 사랑을 주는 만큼 사람은 자라난다.’는 것을 믿고 싶은 붉은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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