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꼬마도 책임을 알거늘
by 장호준 | 22.11.08 08:26


나는 내 스쿨 버스를 타는 모든 아이들에게 지정좌석(assigned seat)을 정해 줍니다.

물론 고둥학교 아이들에게는 하지 않지만 중학교부터 프리스쿨 꼬맹이들까지는 모두 지정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매번 새학년이 시작 될 때마다 지정석을 일일이 정해 주면서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좌석은 네 자리야. 그러니 이 좌석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whatever happened) 그건 네 책임(responsibility)인거야.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consequence) 역시 네가 받아야 하는 거야

 

, 다섯 살 먹은 꼬맹이들이 책임(責任)’결과(結果)’에 대해 무얼 알겠는가라고 생각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지난 십 수년간 스쿨 버스 안에서 꼬맹이들을 만나고 얼싸안으며 지내온 내 경험은 비록 처음에는 아니라고 서로들 “Not Me!"라고 우기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기준을 두고 반복해서 말해주고 보여줄 때 꼬맹이들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배우더라는 것입니다.

 

해서 내 생각은 꼬맹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아라라는 것입니다.

 

정의를 보여주면 정의를 배우고, 부정을 보여주면 부정을 배우며

책임을 보여주면 책임을 배우고, 회피를 보여주면 결국 회피를 배워 그 아이들 평생 삶이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어르신들께서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세 살의 버릇은 결국 그 꼬맹이의 세 살 일 때 어른이라고 불렸던 자들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

 

156명의 젊은이들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특별히 우려할 정도 인파 아니었다"?

그러면 얼마나 더 고귀한 젊은 생명이 쓰러져가야 우려할 만한 인파라는 것이냐?!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이제는 국민이 그 책임을 물어 결과까지 끌어 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삯꾼 장호준

 

***************************

 

석 주 전,

학교가 끝난 꼬맹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데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가 울어?”

에밀리아나가 울어요

 

에밀리아나는 과테말라에서 이민 온 킨더 꼬맹이입니다. 그런데 우는 소리가 좀 이상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울면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에밀리아나의 울음 소리는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훌쩍거리며 흐느끼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스쿨 버스를 세우고 에밀리아나에게로 가 왜 우니?”하고 물어 보았지만 꼬맹이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흐느끼며 눈물만 뚝뚝 떨굽니다.

 

크게 소리치며 울지도 못하는 꼬맹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휴지 몇 장을 가지고 가 눈과 눈물이 흘러 적셔진 볼을 닦아 주는데 휴지가 코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꼬맹이가 흐으으... !’ 하며 코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그 조그마한 코에서 그리도 엄청난 ...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어 더 많은 휴지를 가지고 다시 가서 마저 남은 코를 다 풀어 주었습니다.

 

꼬맹이는 코가 꽉 막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자 입으로 간신히 숨을 쉬며 흐느꼈던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내 코가 맹맹해 지더니 지난 두 주 동안 육십여년 넘게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코감기 중에 가장 최악의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코가 막히니 숨 쉬는 것이 불편하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 뿐 아니라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무슨 맛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 심지어 귀까지 먹먹해 지더니 이제는 고개를 숙이면 눈으로 확 무언가 밀고 나오는 듯 해서 신발 끈을 묶는 것이 두려워 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내가 내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말 합니다 .

 

잘 했어, 당신 코는 내가 풀어 줄께!”

 

그저 코가 막힌 것 뿐인데 이리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이태원 참사'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잃고 가슴이 막힌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생각을 해 봅니다.

 

부모들의 막힌 가슴을 풀어주지는 못할 지언정 더욱 짓누르며 옥죄는 아가리를 놀리는 것들이 있다고 하니...

 

막힌 코를 다 풀어내 주었을 때 에밀리아나가 내게 보여주었던 그 속 시원하게 환한 얼굴은 아마도 결코 잊지 못 할 것입니다.

 

부탁입니다.

자녀를 잃고 가슴이 막혀 버린 부모들의 가슴을 더 이상 막히게 하지 마십시오.

 

삯꾼 장호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장호준의 Awesome Club’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jhjac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