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차세대 황제 로리 매킬로이 그리고 노승열
by 한인수 | 11.06.25 03:04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멤버로서 즐기던 워싱턴 D.C 근처의 콩그레셔널 컨추리클럽에서 열린 올해 US 오픈은 ‘포스트 타이거 우즈’를 발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111번째 U.S. Open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22 북아일랜드)의 다양한 이야기거리로 오랜만에 골프 미디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그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프로 골프계의 얼굴이었던 타이거 우즈의 쇠퇴(衰退)는 전체 골프산업의 동반 추락(墜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 되었지만 신선하고 풋풋한 22살 청년의 새 바람이 타이거 우즈 다음 제너레이션을 앞당겨 현실화하기에 충분함을 보여줬다.

차세대 골프 히어로가 나타나야 할 시점에 로리 매킬로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의 천재성과 상품성을 스스로 입증하고 앞으로 10년을 이끌어 갈 선두 주자로서 완벽한 실력을 보여 주었고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로리의 드라이버 샷은 낮게 깔려가는듯 하다가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드로우 구질이어서 엄청난 비거리(飛距離)를 내며 또한 정확한 페어웨이 안착률(安着率)까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

 

유연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이나믹한 스윙은 힘이 잔뜩 들어간 타이거 우즈의 스윙과는 또 다른 차원의 스윙을 하고 있다. 롱 아이언 샷을 마치 짧은 클럽 스윙하듯 가볍게 해내며 파5에서 핀에 붙여 이글 퍼트를 하는 모습은 다른 선수들과 차별성이 보이는 능력을 과시한다.

이번 U.S. Open에서 로리의 숏 게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US 오픈 코스 셋팅의 특징은 가장 잘 쳐야 파를 지킬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최경주가 AT&T챔피언이 된 3년 전과는 많은 부분이 더 어렵게 셋팅 되었다.

7,574야드의 긴 코스에서 티샷이 조금만 정확성을 잃으면 세컨 샷은 온 그린을 시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어프로치 샷을 핀에 붙여 파 세이브 하는 모습은 22살 천재 청년 골퍼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刻印)시키기에 충분했다.

퍼팅은 가히 차세대 황제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듯 하다. 안정된 셋업에 짧고 간결한 스트록 그리고 꼭 파 세이브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홀 인 시키는 자신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22살 로리의 성공은 몇 번의 실패를 맛본 후 이뤄졌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다 잡은 우승을 마지막 날 후반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패배했다. 그를 보는 이들은 아직은 나약(懦弱)한 어린애로 간주(看做)했고 또한 스스로 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몰라보게 강해지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황금빛 미래를 밝히는 첫 발을 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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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브리티시 오픈이 열린다. 작년에 로리 매킬로이는 첫날 63타를 쳐서 리더 보드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둘째 날 80타로 무너졌다. 다시 3, 4 라운드에서 언더 파를 쳐서 공동 3위로 마쳤지만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The Open’이 기다려진다.

한국에도 새로운 차세대 스타가 준비되고 있다. 약관(弱冠)의 스무 살, 노승열이다. 작년에 이미 유럽피언 투어 대회 말레시안 오픈에서 우승을 했고 아시안 투어에서도 우승한 기록이 있다. 이번 US 오픈에 출전하여 공동 30위를 차지할 만큼 실력을 갖춘데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한 순간에 혜성(彗星)과 같이 스타탄생을 알릴 날이 가까웠음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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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열은 최경주나 양용은과는 전혀 다른 체형과 스윙을 가지고 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착하고 연약해 보이는, 전혀 운동선수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의 미소년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의 스윙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멀리치는 장타자 중 한 명이다.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가 300야드를 넘는다. 힘 들이지 않고 간결하고 부드럽게 하는 스윙을 보노라면 유연성과 테크닉이 얼마나 장타에 중요한 요소인가를 깨닫게 만든다.

노승열은 17살에 일찍이 프로선수가 되어 유럽피언 투어, 아시안 투어, 재팬 투어, 그리고 코리안 투어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 가면서 우승도 맛보고 또한 몇 차례 실패를 통해 더욱 강해져 가고 있다.

로리 매킬로리가 메이저 대회에서 쓴 맛을 경험하며 더욱 강해진 멘탈을 가진 것과 같이 노승열 또한 작년에 한국의 메이저 대회인 한국 오픈에서 마지막 날 10타 차이였던 양용은에게 역전패 당한 아픔이 아마도 더욱 큰 선수로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노승열이 최경주와 양용은이 닦아 놓은 길을 자신 있게 걸어 갈 용기와 자신감을 갖춘다면 두 베테랑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견된다.

22살의 로리 매킬로리, 두 살 어린 노승열 그리고 19살의 일본선수 료 이시카와, 이태리의 18살 마태오 마나세로 이들 4명은 분명히 차세대 리더에 속한다. 영건 4명은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반면 미국 선수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유망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PGA Tour는 미국이 본거지(本據地)이다. 골프의 발상지 영국에서 넘어와 영국 출신 선수들에 의해서 성장한 미국 투어이지만 자존심 강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텃밭을 외국 선수들에게 점령 당하는 것을 거부 할 것이다. 이미 세계 랭킹 1위, 2위, 3위가 유럽 선수들이다. 현재 미국 골프계는 골프의 황금시대를 연 타이거 우즈가 다시 부활(復活)하거나 우즈보다 더 강한 미국선수의 출현(出現)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아일랜드 출신 로리 매킬로리는 영국 왕실 귀족 칭호를 받은 ‘스윙머신’ 닉 팔도보다는 스페인의 영웅 세베 발레스테로스를 닮기를 원한다. 지난 달 54세로 타계(他界)한 세베는 잡초같은 강인함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모든 이들의 찬사를 받는 골프 영웅이다.

로리는 유럽피언 투어에 전념하기 위해 PGA Tour 카드를 포기 할 정도로 유럽에서 활동하기를 원한다. 미국선수가 아닌 점과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기 원하는 약점들이 있지만 메이저 대회 등 큰 무대를 석권한다면 그는 어느 곳에 있든지 골프 황제 칭호를 받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한인수 ishan309@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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