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냐, 운동부냐?” 럿거스 대학교수들 뿔났다
by 서영민 | 12.02.17 11:11

NBA뉴욕 닉스의 ‘황색돌풍’ 제러미 린이 미국 프로 농구계를 횝쓸고 있는 지난 주 뉴저지 공립명문 럿거스 대학 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있었다. 바로 대학 운동부에 관련된 사항이었다.

총 200 여명의 교수가 참석한 자리에서 럿거스 대학에서 운영하는 운동부에 대한 운영 자금을 삭감(削減)하라는 선언이었다. 이 선언문에 찬성한 교수는 절대 다수인 174 명이었고 반대한 교수는 불과 3명이었다. 럿거스 대학 역사 상 한 단과대 교수들이 이만큼 많이 참석한 투표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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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본부 관계자들은 인문 사회과학대 소속 교수가 총 910명인데 비해 이날 교수 투표에 참석한 숫자는 1/4에 불과한 200 명이라고 의미를 희석(稀釋)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 등 개인 신상 문제로 참석하지 않은 교수들의 변은 운동부에 대한 과다 지원의 문제점은 이미 교수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내용이어서 굳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일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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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표를 주동한 경제학과의 마크 킬링워쓰 교수는 증거 서류들을 제시하면서 교직원은 예산 부족을 들어 대량 해고를 하고 교수 월급 협상에서는 한 푼에 벌벌 떠는 학교 당국이 운동부에 쏟아 부은 돈의 내역(內譯)을 보여 주었다.

2010년에 럿거스 대학이 운동부 운영을 통해 받은 재정 적자는 무려 2680만 달러에 이른다고 킬링워쓰 교수 보고서는 밝혔다. 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학생들이 낸 학비에서 844만 달러를 유용했으며 학교 일반 예산에서 나머지 돈 1840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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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해 연말 럿거스 대학 풋볼(미식축구) 감독직을 사직하고 프로팀 탬파베이 버키니어tm 감독으로 이적한 그렉 스치아노 감독과의 불평등 계약에 대한 사실을 발표할 때는 참석한 교수들 모두 노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도에 계약하여 지난 11년간 럿거스 대학 풋볼 팀을 이끈 스치아노 감독의 1년 봉급은 250만 달러로 일반 교수 초봉 5만 달러의 무려 50배였다.

그러나 문제는 봉급만이 아니었다. 럿거스 대학에서 스치아노 감독 주택 모기지 80만 달러를 내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년 동안 대부분을 갚아 스치아노 감독이 집을 팔더라도 대학에 돌려줄 돈은 30 만 달러 밖에 안된다고 한다.

 

▲ 럿거스 풋볼팀을 지도하던 시절의 스치아노 감독 www.en.wikipedia.org


무엇보다 문제는 스치아노 감독을 영입할 때 계약 기간이나 성적에 따른 고과평가에 대한 상벌 기준이 전혀 없는 백지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일반 교수들을 고용할 때는 교직원 기숙사 제공은 고사하고 저작 편수, 학생 평가, 동료 평가 등 매년 재평가에 대한 엄격한 요구를 하면서 운동부 감독 고용에서는 이런 저자세를 취한 학교의 태도에 모두가 분노를 토로했다.

이에 더해 무명의 신임 풋볼 감독과의 계약은 향후 5년간 거의 5백만 달러의 백지 위임장이라며 역사학과의 노먼 말코위스 교수는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작년 한해 동안 럿거스 풋볼 팀을 통해 본 적자가 무려 286만 달러이다. 그런데 책임 소재를 묻기 커녕은 운동부 운영에 더 큰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이 무슨 대학 교육인가? 같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감소했다. 모든 장학금이 운동선수 스카우트 해오는데 소진(消盡)되기 때문이다. 학부형들은 럿거스 대학의 교육의 질이 위험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출신 제러미 린은 이런 운동 장학금 없이도 성공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 특히 운동부 운영으로 유명한 대학들은 인기에 영합(迎合)하는 대학 운영보다는 정말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경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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