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 돈은 벌벌떨고 큰 돈은 흥청망청?
by 서미경 | 10.08.29 05:52

 

미국의 경제(經濟)가 어렵다는 것은 7월 말을 기준으로 전체 노동 인구의 10%, 1460만 명이 실업자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간단히 확인된다.

특히 소비와 서비스 업종에 주력을 하고 있는 동포 사회 현황은 실업상태는 아니더라도 많은 업체들이 크레딧 카드와 은행 빚으로 연명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동포 사회를 포함한 전 미국 사회에 기현상(奇現象)이 일고 있다. 8월 2일자 Businessweek에서 인용한 하버드 대학 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그오프(Kenneth Rogoff)의 말을 빌어보자.

“미국 소비자들의 행태(行態)가 매우 특이해지고 있다. 칫솔 치약 샴푸 등 일용품은 달러 스토어의 싼 물품을 사용하는 등 절약을 하지만 애플 컴퓨터, 자동차, 가족 여행 등의 고가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즉 푼돈 쓰는데는 벌벌 떨고 고가의 사치품 구입에는 거침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를 찾아보니 지난 2사분기 동안(2010년 4월1일~6월 30일) 아이패드와 4세대 아이폰의 출시에 힘입어 애플 컴퓨터의 순익이 94%가 늘었으며 스타벅스 커피샵은 61% 이익 신장, 벤스 차량 판매는 지난 6개월간 25%가 증가 했는데 이는 최고의 판매기록을 경신한 작년도에 비해 1/4이 증가한 것이니 놀랄만하다.

또 라스베가스의 최고급 호텔 Bellagio도 지난 6개월간 15%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호텔의 수익금이 작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사치품 구입과 노름 등 자신들의 소득과 저축을 흥청망청 사용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필자가 분석하기엔 이 로그오프 교수의 설명중에 조금 빗나간 것이 있다. 현재 미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자본의 원천(源泉)이 저축과 개인 소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아까운 저축이 아니고 크레딧 카드 및 대출을 통한 빚들이라는 것이다.

내 주머니에서 써야하는 생필품은 돈이 없으니까 달러 스토어를 이용해야하고 크레딧 카드 대금은 미니멈 페이만 하면 되니까 일단 마구 사용하고 보기때문이다. 그나마 계속 페이먼트를 하는 경우는 다행이다. 작년도의 경우 51%의 미국 소비자가 최소한 한번 이상 크레딧 카드 페이먼트를 연체(延滯)했고 지난 4월에도 현재 페이먼트를 중단한 상태라는 소비자 지표가 발표된 바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개인 부채(負債)가 크면 클수록 오히려 부채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는 현실이다. 즉 은행 입장에서 어차피 받지 못할 부채는 포기하고 정부 구제 금융이나 세금 혜택을 받는 것이 낫기때문이다. 그대신 적은 액수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정직한 소비자를 압박하여 돈을 받아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개인 채무자도 빚이 5만 달러 이상일 경우 파산 보호법 신청을 통해 빚에서 탈출하기 쉬우나 1만 달러 이하의 소액 부채를 가지고 있는 개인의 경우 은행과 크레딧 카드 회사 혹은 빚을 받아내는 ‘콜렉션 에이젼시(Collection Agency)’ 등에 시달리기 일쑤다.

어느 정도 심하게 사람을 괴롭히냐하면 법이 허용한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매 시간 마다 전화를 하는데 개인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전혀 관련이 없는 이웃집에 전화를 한다든지 크레딧 카드 신청 시 “Emergency Contact"으로 기록하게 되어있는 친지에게 전화를 해서 협박(脅迫)을 일삼는 실정이다.

지난 7월 19일 통과한 Financial Reform Act에서 명백하게 이런 행위를 금지 시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행태는 아직도 멈출지를 모른다. 피해당사자는 불법을 자행하면서 소비자 개인을 괴롭히는 은행과 관련 업체가 얄밉다 못해 저주스러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의 원죄는 역시 물쓰듯 개인 신용 한도를 (크레딧으로) 사용한 본인의 판단임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에서 크레딧이라는 의미는 사회가 개인에게 준 현찰과 다름이 없다. 내가 번 돈은 아니지만 마구잡이로 이 신용을 탕진하면 미국 사회 생활이 그만큼 고달파 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동포 사회 현실 속에서도 플러싱 공용 주차장에서 최고급 승용차를 주차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한인 동포이다. 매주 일요일 각 교회 주차장은 마치 최신형 고급 승용차 전시장을 옮겨 놓은 듯 싶다. 개인 부채가 수십만 달러에 이르지만 사는 집은 수백만 달러

호화저택에 살기 때문에 은행에서 부채 협상을 거부하는 사래도 허다하다.

미국 국민 총 생산량의 70%가 소비 경제라고 한다. 전 부시 대통령의 주장대로 어려운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발 벗고 나서 소비를 해야하는 것이 애국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소비가 미덕(美德)이고 흥청망청 써대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기류에 편승에 소중한 자본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시달리는 동포 사회의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이민자들처럼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자 저축을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을 했던 ‘미국의 정신’은 배우지 못한 채 바람직하지 못한 말초적 대리만족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씁쓸함이 든다.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