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 이재명과 백년후 이재명
by 소곤이 | 24.01.13 20:07

  

천운(天運)이다. 새해 벽두 충격적인 테러를 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치명상을 면한 것은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부터 찔렀기때문이라는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0일 수사결과 발표에서이재명 대표의 피묻은 와이셔츠를 진주의 의료용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폐기직전 발견했다용의자 김모 씨의 흉기는 와이셔츠 옷깃에 길이 1.5, 내부 옷감에 길이 1.2구멍을 내고 관통한 뒤 이 대표 목에 길이 1.4, 깊이 2자상을 내고 내경정맥 9를 손상시켰다.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이 아닌 목을 그대로 찔렀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씨가 범행 전 칼을 휘두르는 연습을 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을 고려하면 이 대표는 정말 하늘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셈이다. 세상을 놀라게 한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을 접하며 불현듯 동명이인(同名異人)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재명의사 <사진 국가보훈처>


희대의 매국노 이완용 척살(刺殺)을 시도한 애국지사 이재명 의사(1877-1910). 이재명 의사는 이재명 대표와 한자(李在明)도 같고 거사를 감행한 날은 이재명 대표의 호적상 생일이기도 하다. 19091222일 밤 명동성당 앞에서 이완용은 이재명 의사의 칼을 허리와 어깨에 3차례 맞은 이완용은 급히 대한의원(현 서울대병원)에 실려가 대수술을 받은 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113년후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니 이또한 기연(奇緣)이다.

 

이재명 의사는 이듬해 4월 재판에서 일본인 재판장 스가하라에게 이완용을 죽이는 것을 찬성한 자는 우리 2,000만 동포 모두며, 방조자는 전혀 없었다. 공평치 못한 법률로 내 목숨을 빼앗을 수는 있으나 나의 충혼, 의혼(義魂)은 절대 빼앗지 못할 것이다. 한번 죽음은 슬프지 않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일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내 결코 죽어서 그 원한을 갚을 것이라며 담대한 기개를 보였다

 

사실 이완용은 당시 입은 상처 때문에 17년간 폐렴을 고질병으로 앓다가 결국 1926년 합병증으로 죽었으니 이재명 의거가 꼭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재명 의사는 1910930일 경성형무소에서 교수형이 집행되어 순국하기 직전 나는 죽어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하여 기어이 일본을 망하게 하고 말겠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의사의 유언대로 이후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나타나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항쟁했고 기어코 우리 민족은 국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이재명의 환생은 동강난 강토를 하나로 합치고 일본제국주의 좀비의 싹을 소멸시킬 때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필경 113년전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재명 의사를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시 패스후 입신양명의 길 대신 인권변호사가 되었고 훗날 정치에 입문한 것도 온 국민이 자유와 평등, 인권을 향유하는 나라가 되도록 신명을 다하겠노라는 마음을 내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로 고배를 마신 이재명 대표는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이다. 한편으로 그이는 거친 인생역전만큼이나 많은 장애물에 둘러싸여 있다. 숱한 수렁을 슬기롭게 탈출하느냐의 중요한 시금석(試金石)은 오는 422대 총선이 될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장동부터 탈당사태에 이르기까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한 이 대표가 설상가상(雪上加霜)의 끔찍한 테러를 모면했다는 소식은 사실 대단히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것으로 예견됐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부지에서 테러를 당하고 부산대병원으로 긴급후송된 그이가 현지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마무리 했다면 여론의 향방은 민주당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무엇보다 컸다.

 

그런데 최고수준의 권역외상센터를 보유한 부산대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는 대신 헬기로 서울로 상경,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선택을 했다. 결국 우호적인 여론은 급속히 식었고 특혜시비 등 불필요한 잡음만 만들고 말았다.

 

가정이지만 그이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고 계속 치료를 받았다면 정국의 관심은 단연 그리로 집중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면서 병원 관계자들과 부산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면 적어도 중도 유권자들은 그이에게 연민과 지지의 움직임까지 보였을 것이다.

 

내친 김에 이 대표가 저를 살려주신 부산시민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이번 총선은 부산지역에서 출마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가령 테러 피습을 당한 가덕도 신공항이 속한 강서구 제2선거구(명지2, 녹산동, 가덕도동)나 부산대 병원이 위치한 서구 제2선거구(아미동, 초장동, 충무동, 남부민동, 암남동)에 출마한다면 이재명 신드롬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산 강서구는 원래 보수세가 압도한 지역이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지고 있는 지역이다. 7회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모두 보수 성향의 후보가 승리한 이곳에서 강력한 민주당의 교두보(橋頭堡)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부산남항과 부산공동어시장, 송도해수욕장, 부산대학교병원 등이 있는 부산 서구를 선택한다면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곳은 원도심답게 국민의힘 지지세가 아주 높지만 동아대학교 등 젊은 표심이 있고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시절 오랜 아성(牙城)이었다. 이재명 신드롬이 30년전 이곳의 야성을 깨워 전국적인 열기를 지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의 한 지지자가 13일 이재명 대표의 흉기피습을 놓고 살다 보니 목에 칼빵맞았는데 지지율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한 막말 조롱은 물론 터무니없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민심을 일으킬 수 있는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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