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자한당 정부에 윤석렬 대통령인가? 요즘 돌아가는 나라꼴에 고소(苦笑)를 머금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서슬퍼런 검찰 행태와 불치의 무력증에 빠진듯한 청와대를 보노라면 지금 정권은 자한당이 잡고 있고, 대통령은 검찰총장 윤석렬이 아닌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어제 한 단톡방에 올려진 한 분의 촌평을 보면 그런 착각이 나만의 것은 아닌 모양이다.
‘노태우를 물태우라고 그 유약하고 흐리멍텅함을 비웃은 적이 있었다. 당시는 민주화가 시작된 시기라고는 하지만 권위주의 시대였기때문에 대통령을 물태우라고 불렀다는 것은 노태우가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해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물태우보다 더한 갑갑함과 한심함을 느낀다. 이게 무슨 나라꼴인지 모르겠다. 청와대 검찰 경찰이 대놓고 서로 싸운다. 대통령이 어디 놀러갔나? 국정을 총괄한다면 이런식으로 지리멸렬하게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사권을 갖고 있고 검찰총장이든 경찰청장이든 대통령이 직접 다 임명한 부하들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대낮에 드러내놓고 싸우는데도 아무말도 못하고 수수방관하여 국민을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사회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으니 무슨 비웃음을 사도 할말이 없게 되었다. 대통령이 주관이나 소신 철학이 없다는 욕을 듣는것이지 국정을 민주적으로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지는 못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엄정한 판단을 하여 정리를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의 경중선후를 분별하여 지휘하는 것이 지도자이지 굴러가는대로 지켜보는 것이 지도자는 아니지 않은가? 참모들은 또 무엇하고 있는지? 예전에는 물밑조정이니 물밑작업이니 정리조정이 잘되었다. 물위가 안되면 물밑이라도 작동해야 될텐데 이것도 안하는 모양이다. 그런 무능한 참모를 누가 등용했느냐라고 묻는다면 결국 누구의 책임인가?’ <통일문화연합 상임대표 이경태 박사>
오늘의 사태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스캔들을 딛고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시민들 입장에선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사대강비리에 방산비리로 얼룩진 이명박은 풀려난지 오래고 박근혜도 호화병실 생활을 80일 가까이 즐기다 마지못해 교도소 독방으로 돌려보냈다. 내년 총선후 사면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보노라면 장차 박근혜의 서초동 자택은 수꼴세력의 성지가 될 모양이다.
많은 촛불시민들은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엄동설한에 거리에 나와 목이 쉬도록 외쳤나?’며 깊은 회의감에 빠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문통이 뾰죽한 복안(腹案)이 있고 전세를 뒤엎을 회심의 한방이 나올 것이라고 일구월심 기대하는 듯 하다. 아무리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간의 진행과정과 모든 결과물에도‘무서울 정도로 때를 기다리는 문재인’송가(頌歌)는 딱하기만 하다.
좀 솔직하게 바라보자. 문재인정부는 이미 실패했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정책 전반에 걸친 얘기는 제쳐놓고라도 ‘인사가 만사’인 용인술만 봐도 그렇다. 지난 2년반동안 장관과 청와대로 불러들인 전문관료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폭폭해진다.
촛불혁명덕분에 정권을 획득했다면 응당 ‘이명박근혜’의 범죄적 사건부터 척결하고 그들이 행한 반민족 조치를 돌려놓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것이 촛불혁명의 수혜를 받은 사람으로서의 기본 도리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라 할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처벌을 받아야 할 책임자들의 공소시효는 사라지고 진상은 영영 미궁속에 파묻힐 판이다.
대북제재와 하등 상관없이 중단한 이명박정권의 금강산관광, 박근혜정권의 개성공단을 원상회복하는데 왜 미국의 자애로운(?) 허락을 애걸하는가.
세계를 감동케 한 1천만 촛불시민의 평화대행진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큰 힘을 문재인정부에 쥐어주었던 바다. 평균의 상식과 양심, 정의감을 갖춘 인물이라면 누가 청와대 주인이 된들 과단성 있게 나아갈 수 있었다.
집권 초기 80% 이상의 지지율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바라는 촛불시민들의 뜨거운 기대가 응축된 것이었다. 적폐세력이 잔뜩 움추린 그 시기에 앞뒤 재지말고 거침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라는 확고한 주문이었다.
미국은 박근혜탄핵 국면에 중국을 정조준한 싸드를 배치하고 ‘천년역적’ 일본과 지소미아를 하도록 밀어부쳤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마땅히 국회의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싸드를 철거하고 지소미아를 겨레의 이름으로 무효화해야 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눈치를 보았다. 노무현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얻은 경험과 교훈은 어디로 갔는가.
노무현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이명박에게 정권을 헌납한 것이었다. 당시 대선주자 정동영의 무력함 조차도 현직 대통령 노무현의 책임이었다는 말이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가 천신만고(千辛萬苦)끝에 창출한 시민의 권력이다. 그런데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와 선긋기를 감행했다. 멀쩡한 여당(민주당)을 분열케 하고, 힘없는 여당(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이듬해 총선에서 탄핵에 따른 반전의 역풍이 열우당을 제1당으로 이끌었지만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돌아서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그렇게 노무현은 초유의 여당 분당사태와 전임정권의 대북송금 특검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하면서 힘없는 비주류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모든게 노무현탓’이라는 유행어가 퍼진 것처럼 임기내내 노무현은 조중동 등 수구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휘청댔다. 차기 대선주자 정동영은 여당의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결국 이명박의 한나라당으로 정권은 넘어갔고, 영혼을 우주에 내준 박근혜까지 대통령이 되는 ‘잃어버린 10년 세월’로 이어진 것이다.
만일 노무현이 김대중의 통일정책을 제대로 계승하였다면 반세기만에 조성된 남북화해의 훈풍(薰風)속에 북 지도자의 방남이 진작에 이뤄졌을 것이다. 개성공단같은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물은 북녘 땅에 몇 개가 더 생겼을 것이다. 남과 북은 정부와 민간의 전면적인 교류속에 한민족경제공동체의 파이를 키워 지금쯤 평화통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실책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재인은 마땅히 준비된 대통령이 되야 했다. 일본의 견제도, 미국의 압력도 감내할 촛불시민의 강고한 지지가 배후에 있었다. 기존의 정치외교문법에서 벗어난 백악관의 이단아(異端兒) 트럼프를 충분히 요리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민족의 문제를 주도하는 대신 스스로를 중재자로 격하시키며 북미 정상간 메신저를 자임했다. 국제 정치외교를 부동산 상거래 기술로 이해하는 ‘관종 대통령’ 트럼프가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 북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는 자화자찬속에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대되도록 한껏 엎드릴 뿐이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겸손'이 남북화합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려는 미덕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의 한계는 남북이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확약한 역사적인 9.19 평양공동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드러났다. 소위 ‘한미워킹그룹’이라는 미국의 족쇄에 단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며 남북간 합의를 사실상 사문화시킨 것이다.
북미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계속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하는 그를 향한 북의 통렬한 야유는 한마디로 ‘자기 앞에 차려진 밥상의 수저도 못뜨면서 무슨 남의 밥상을 차린다는거냐’는 뜻 아니던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그는 지난 여름이후 두 개의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적폐청산의 출발점으로 인식된 검찰개혁의 국민적 요구에 '조직을 너무나 사랑하는' 윤석렬을 중용했다가 ‘조국 카드’만 날리고 뒷통수를 맞는 처절한 인사실패가 첫째요. 일본의 뼈아픈 자충수가 되야할 무역보복의 국면에서 호기롭게 내지른 지소미아 폐기를 철회함으로써 진보세력의 마지막 신뢰까지 거둬들인 것이 또하나다.
문재인정부는 촛불혁명의 과도한 수혜를 받았을뿐 '촛불정부'의 자격이 없다. 문정부의 시스템은 대체 어느 세월에 작동하는가. 꿈보다 해몽은 이제 그만하자. 뜨뜻미지근한 스타일에 극도의 피로증을 느낄 뿐이다.
촛불시민들은 엄혹한 현실을 인식하고 이제 다시 동력을 일으켜야 한다. 촛불혁명을 진정 완수할 수 있는 세력을 키워야 한다. 아직 시간은 많다. 내년 4월 총선이 중차대하지만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조급증을 버리자. 수꼴온상 자한당의 약진이 되든, 진보참칭 민주당의 승리가 되든 총선은 종속변수에 머물 것이다. 어차피 한국 국회의 95%는 보수가 아니었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촛불시민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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