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마음을 누르고 타지마할 입구에 도착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 일대에 전기가 나가 입장권을 발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장권을 전산으로 발행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정전이라니….
정전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인도가 IT산업으로 첨단(尖端)을 달리면 뭐하나. 전기가 불안정하면 아무 소용없는데..이렇게 세계적인 관광지에 전기가 나가 입장권을 발행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일단 전기가 복구(復舊)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는데,,경험이 많은 수미산여행사 김상길대표는 관광객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만큼 인도 직원 라훌에게 10여분 떨어진 곳에 다른 입장권 판매소가 있으니 다녀오라고 시킨다.
그렇게 30여분 기다리는 사이 입구에 즐비한 상가에서 예정에 없던 아이 쇼핑을 하게 되었다. 눈만 마주치면 끌어당기는 상인들 등쌀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어쩌랴 시간을 때울 길 없으니.
민속공예품들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이고 우리 일행은 일부가 간편한 슬리퍼나 사겠다고 한 곳에 들어갔다. 처음엔 10불, 15불 부르는데 역시나 이런 곳에선 흥정을 해야 한다. 10불짜리가 5불도 되고 1불도 되니 말이다.
그 사이 전기도 들어오고 라훌이 표를 갖고 와서 입장을 했다. 요즘 유명관광지에서 테러도 자주 일어나는만큼 검색대 통과와 몸수색도 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들어가는 줄이 다르다,
입장을 하니 타지마할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그 사이로 타지마할이 어렴풋이 보이는데 김상길 대표의 역사설명을 듣고 단체 사진 촬영후 본격적인 관광에 들어갔다.
12월은 인도의 관광 성수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 좋은 각도에서 사진한번 찍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때는 속편하게 현지 사진사와 네고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진이 기막히게 나오는 곳을 잘 아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사진 한 장에 1불이라고 했다. 몇 개의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은 후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원하는 사진을 고르면 된다고 한다.
처음엔 잘 나온 것만 두세장 사야지 했지만 역시 장사꾼들은 꾀가 다르다. 수십장을 떡하니 인화해놓고 들이미는데 자기 얼굴이 담긴 사진들을 돈 몇푼에 그냥 두고 오기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한 30장 되는 사진을 20불에 사는걸로 마무리했다.
타지 마할은 무덤이지만 거대한 사후 궁전(死後 宮殿)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가운데 연못을 두고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길을 따라 무려 300미터를 향해 가면 그 위용이 드러난다.
순백의 대리석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는 듯 하다. 흰 계단의 흰 궁전은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완벽한 좌우대칭은 균형미와 정갈함을 느끼게 한다.
흰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만든 타지마할에 들어가기 위해선 신발을 벗거나 덧신을 신어야 한다. 미리 준비한 덧신을 신었다. 가까이서 본 타지 마할은 실로 거대했고 순백의 화려함이 모자이크 기법으로 빛났다.
안에 들어가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됐지만 딱히 찍을만한 내용도 없었다. 내부에 대리석으로 만든 왕과 왕비의 관이 있지만 유골이 없는 빈 관이다. 샤 자한과 뭄타즈 마할의 육신은 지하 묘에 안장되어 있기때문이다.
샤 자한은 사랑하는 아내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아그라 성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이 곳에 장엄한 타지 마할을 22년에 걸쳐 건립했다. 무굴 제국은 물론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등 외국의 건축가와 전문기술자들까지 동원되었다고 한다. 최고급 대리석과 붉은 사암은 인도 현지에서 조달되었지만, 궁전 내부와 외부를 장식한 보석들은 터키, 티벳, 미얀마, 이집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되었다.
그는 자신이 죽은후 묘를 타지 마할 건너편에 검은 대리석의 성을 지어 다리로 잇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막내아들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후 그 소망은 물거품이 되버렸다.
만약 그 계획이 이뤄졌더라면 오늘날 타지 마할에 버금가는 엄청난 유적이 존재했을 것이다. 아쉽기도 했지만 전제왕조가 다 그러하듯 타지 마할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백성과 노예들의 노동력을 착취(搾取)하고 이들의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