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엉클어진 매듭풀기
by 김은주 | 12.08.27 14:44

은주에게,

연필도 기계로 깎아야 부러지지 않고 오래가는지, 옛날식으로 부억칼로 아니면 면도날로 깎아야 오래가는지..

인생도 실타래 하나라고 생각하면, 엉클어진 매듭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로 살아야 한다는 명언을 어느 시인이 내게 일깨워 주셨다. 늘 문제를 안고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고 지혜롭게 인도하려고 하는 사람이 한분만 계셔도 인생의 매듭이 잘 풀릴텐데...

  


인생의 매듭이란..뭐 큰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몸이 아픈것, 마음이 아픈것, 청소하는것, 돈 버는것, 사랑하는것, 미워하는것, 밥 먹는것, 여행하는것, 아이들 키우는것, 배우는것...

헌데..내 인생의 실타래는 무슨 색이고 얼마나 크고 어떤 종류의 실로 만들어졌을까... (cotton, wool, polyester, combination)? 그리고 내가 풀어야 할 매듭은 얼마나 엉켰을까? 다 쉽게 풀어질까? 아니면..그 매듭을 싹둑 잘라버리고 실을 다시 이어야 하나? 실을 이을때, 본 실타래와 엮어서 묶나 아니면 다른 실타래와 연결을 하나?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났다.

  


신선놀음 중이다. 생전 늦잠 못 자본 사람처럼..요샌 방학이라...새벽 3시 4시에 일어나던 사람이...수업준비를 하기위해 벌떡벌떡 일어나던 교사가..그리고 어느 학생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던 교사가..여름 방학이라고 늦잠을 잔다. 완전 신선놀음이다.

잠에서 깨어나면..오늘은 무엇을 할까도 생각하지만..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나..의 답이 더 시급하다. 인생살이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지만, 내 삶을 자로 재보면, 어디쯤에 와 있을까 생각이 들고..또 어떻게 오늘도 보낼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상념에 잠겼다가 다시 잠 들 때도 있다.

  


주위에 나랑 비슷한 "인생의 매듭" 을 풀려고 애쓰는 친구들이 있다. 비슷한 나이에 학교 졸업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애 키우고, 가정생활하고, 현명하게 많이 참으면서 인생을 산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은 밖에서 제3자의 입장으로 봐도 참 성실하게 산 친구들이다. 나 자신도 돌이키면, 열심히 뛰어오기만 했다. 어떠한 거대한 꿈을 이루기보다 그냥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왔다.

 

헌데..인생은 풀기 어려운 매듭을 내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안겨준다. 흔히 어른들은 "이것이 네 십자가야. 참고 살아" 하신다..."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있니?" 하신다. "사람은 다 꼭같아. 이놈이 저놈이고 저놈이 이놈이야" 하신다..

넌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아니면 무엇이든 팔자타령으로 풀이하는 사람들 보면..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그럼 내가 주어진 팔자를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 삶은 변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하고 나는 또 다른 팔자의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친구랑 이야기 하면서..."우리 그냥 어느 절간에..가서 깊은 기도를 하다가 내려올까? 여기 미국에 있는 기도원은 좀 commercial 한데..절은 어떨까?"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냥 이 civilization 에서 멀리 가서 silent 하게 있다가 깊은 묵념에 빠저서 "도" 좀 닦다가 오면 좀 맑아질까?

친구 한 명은 대학 교수인데..가까운 친구들과 WRITING RETREAT 을 간다. 매년 5-6명이 조용한 곳에 가서..글만 쓰다가 온다. 서로의 글을 읽어 주고 feedback 해 주고 또 읽어 주고 또 쓰고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것도 참 좋은 나들이인 것 같다. 믿는 사람들끼리...글 쓰는 사람들끼리 먼 여행을 하면서...서로의 생각과 아픔과 행복과 이론과 실천이 담긴 글들을 읽어주고 share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나들이도 인생의 문제/아픔/고통의 매듭을 하나하나 푸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 보려고 한다. 글 쓰는 사람들끼리 좀 조용한 곳에 가서...글만 쓰면서..서로의 글을 읽어주는 writing retreat 를 가고 싶다.

  


한 친구가 삶의 매듭을 풀기위해 어느 Gregorian Monetary 로 "silent retreat" 를 간 적이 있다. 나는 그냥 친구와 동행하기 위해 갔고..어떤 사람들이 오는지도 몰랐고..silent retreat 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냥..친구가 가자고 애원을 해 함께 갔다. 운전도 해 주었다.

그 곳에 갔을때...다 평범하고 나와 내 친구 같은 사람들이 왔다. 허나, 한 사람 한 사람..인생의 매듭을 풀려고 온 것이다. 마약 중독자, 도박 중독자, sex 중독자, 사람 중독자, alcohol 중독자, 여자신발 중독자..등등. 부부가 함께 온 사람들..혼자서 온 사람들..친구끼리 온 사람들..그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group session 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share 하는 session 에만 말을 한다.

그외에는, 밥 먹을때, 기도를 할 때, 산을 걸을때, 방에 있을때..오직 침묵으로 자신의 매듭을 풀기위해 그 산속까지 온것이었다. 난 참 많은것을 배우고 보았다. 내 친구는 결국 아무말도 못하고..자기 차례가 되었을때 그냥 울기만 했다. 난 그들에게 "..난 여기 내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moral support 하기 위해 왔습니다. 여러분 참 대단합니다.." 하는 말만 던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매듭을 풀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비가 한바탕 시원히 온 오늘 저녁에..난 나에게 물어본다. "네가 풀어야 할 인생의 매듭은 무엇인가? 그 매듭을 어떻게 풀래?" 하면서 난 비오는 밤하늘을 처다 보면서, 연기를 뿜으러 뒷뜰로 나간다.

은주가 은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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