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김해성 | 12.11.22 13:48

지난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친구의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스리랑카를 또 다녀온 이유는

타밀 지역의 고아와 과부 등에게

닭과 그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5월에도 스리랑카를 다녀왔습니다.

그때 대통령 영부인이 내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북부 타밀지역 고아와 과부 등을 도와 달라고 부탁해서

저는 그 지역을 찾아가서 전쟁과부와 고아 등을 만났습니다.

 

스리랑카 내전은 종식됐지만

평화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내전과 살육의 총을 내려 놨다고 해서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죽고 죽이는 전쟁의 살벌함은 사라졌지만

전쟁고아와 과부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

생존 전쟁에 내몰리는 딱한 상황이었습니다.

 

타밀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닭 10마리가 있으면, 그물 한 채가 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닭 10마리를 부탁드립니다!”

“그물 한 채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에 오자마자

타밀 고아와 과부들에게

닭과 그물을 보내자고 호소했습니다.

닭 10마리에 3만원, 그물 한 채에 4만원!

닭 10마리와 그물 한 채 값으로 7만원을 후원한 분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과부 10명에게 닭을 후원하고 싶다며 30만원을 보내온 후원자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정성에 의해 2200만원이 모아졌습니다.

 

스리랑카에 이 성금을 보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저에게 코끼리를 선물했던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어려운 타밀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전달식에 와달라는 것입니다.

 

9월 24일 오후 4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싱가포르를 거쳐 콜롬보 공항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었습니다.

휴식도 없이 비포장 길을 8시간 동안이나 달려서 도착했습니다.

타밀지역 군부대 막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전달식장에는 타밀지역 주민 3천 명가량이 모였습니다.

졸리는 눈을 어렵게 떴는데 연단 쪽에서 누가 손짓합니다.

제 옆자리에 앉은 여성 장관을 찾나? 하고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자 대통령께서 찾으신다고 하면서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저에게 손짓을 한 주인공은 10년 지기인 라자팍세 대통령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저의 손을 잡고 주민들에게 소개하자 박수소리가 들렸습니다.

친구부터 챙기는 라자팍세 대통령의 돌발 행동으로 행사가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따듯한 포옹에서 진심어린 우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달식이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제가 성금증서를 대통령께 전달했습니다.

대통령은 주민 5명에게 닭과 그물을 전달했습니다.

대기하던 트럭에서 닭과 그물을 내리자 주민들이 술렁거렸습니다.

전쟁과 궁핍에 시달렸던 주민들의 커다란 눈에서 뭔가 반짝였습니다.

과부들에게는 닭 10마리를, 남자들에게는 그물 한 채를 전달했습니다.

 

전달식장 주변에는 전쟁고아를 비롯한 어린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한국어로 인사하고 싶다면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스리랑카어로 "아유보완"이 한국말로는 "안녕하세요!"라고 알려주었더니

아이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군인들까지도 "안녕하세요!"라고 합창했습니다.

 

그러자 한 장교가 "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부탁대로 가르쳐 주었지만 처음엔 혀가 꼬여서 발음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군인들과 아이들은 다시금 "닭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합창했습니다.

스리랑카의 하늘에 울려 퍼지는 희망의 합창소리를 듣는 데 가슴이 찡했습니다.

 

4박5일 간의 일정은 몹시 힘들었습니다.

하루는 군부대 막사에서 잠을 잤지만

사흘 동안은 거리와 산속 등의 거친 잠자리였습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이번 일정은 참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고 거기다 행복하기까지 했던 것은

생존의 전쟁에 내몰렸던 주민들에게 평화를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타밀 주민에게 평화를 선물하는데 동참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타밀 고아와 과부들을 위한 '닭과 그물을 지원하는 모금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아래의 전화로 연락 주시거나 계좌로 입금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2-849-9988(지구촌사랑나눔 후원팀)

외환은행 630-007402-646(예금주 지구촌사랑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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