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by 김해성 | 12.07.22 02:39

 서울시내 주택가에서 연쇄방화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범인은 러시아 다문화가정 청소년 정군이었습니다.


정군은 범행 2개월 만에 체포되어 구속되었습니다.

지난 12일 열린 서울가정법원 소년법정 재판에서

담당 판사님은 정군에게 6호 처분을 내렸습니다.


 

소년범에 대한 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는데

6호 처분은 소년보호시설에서 검정고시 공부와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전과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판사님은 이와 함께 2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습니다.

보호관찰 2년을 받게 된 것은 보호관찰 기간 동안에

연쇄방화 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에 가중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이례적인 것은 정신건강병원에서

2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도록 선처해 주신 것입니다.

정군은 우울증, 자살충동, 알코올중독을 앓고 있습니다.

러시아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상처가 병이 되었고,

한국인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이 상처로 남아 있고,

다문화 자녀로서 받은 왕따와 따돌림도 병이 됐습니다.

정군을 위해 많은 분들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71명이 탄원 서명을 해 주셨습니다.

단일 사건에 대해 이런 탄원서 제출은 초유의 일일 것입니다.

윤수진 외노의원 전 원장님은 입원치료를 위해 수고해주셨습니다.

김종주 변호사님은 무료 변론을 맡아서 입원치료를 호소했습니다.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해주신 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연쇄방화'란 범죄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커다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낼 수 있는 위험한 범죄입니다.

국회의원 탄원서명에 나섰을 때 염려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정군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나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매우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이 정군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문화 청소년인 정군에게 가한 왕따와 차별이 범죄의 한 축입니다.

이를 살피지 못한 우리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 다문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을 호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모든 것을 고려한 고심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입원 치료와 함께 당분간 격리 치료받는 것도 적절하다고 봅니다.

정군은 가출과 노숙생활, 알코올 중독과 수차례의 범죄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적절한 치료와 그에 맞는 처분이 정군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군은 2개월간 정신건강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 뒤엔 소년보호시설로 옮겨져 4개월 동안 생활하게 됩니다.

 

검정고시와 기술교육 등의 교육치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정군의 열일곱 청춘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인생역정이었습니다.

집에 뛰쳐나온 뒤에는 술을 마시고, 노숙생활을 하다가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먹고, 돈이 궁하면 어린학생들에게 돈을 빼앗고

그러다 서울시내 주택가를 돌면서 연쇄방화를 하다가 붙잡혔습니다.

정군을 이대로 둔다면 이후에도 범죄의 수렁에 더 깊숙이 빠질 것입니다.

열일곱 인생이 얼마나 괴로웠기에 우울증 환자가 됐을까요?

열일곱 인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기에 자살을 꿈꾸었을까요?

열일곱 인생이 얼마나 외로웠기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을까요?

정군의 열일곱 인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옵니다.

열일곱 또래들이 수능과 점수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우울증의 수렁에 빠졌고, 술에 취해서 자살을 꿈꾸었습니다.

그런 오갈 데 없는 정군의 손을 조용히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상처로 얼룩진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아이에게 조금씩 다가서고 있긴 하지만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상처를 싸매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합니다.

이 작은 아이를 돌보는 사역에 여러분의 응원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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