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잘 다녀오셨습니까?
부모형제 친지들 모두 무고하신지요?
고향 친구 이웃들과 정담도 나누셨는지요?
두고 온 부모님 배웅에 발길 떨어지지 않으셨을 텐데….
'타향살이'로 한스럽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일제 침략으로 나라는 망하고 풀꽃은 빛을 잃고
하늘에서 지저귀던 새들도 울음을 그치고
찢어진 들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건 한숨소리 뿐이었습니다.
일제의 전쟁 놀음과 공출(供出)에 시달리다
가난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은
만주 벌판 길림성 간도 용정 하얼빈 장춘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가족의 생존을 위해 싸웠습니다.
언 땅에 곡식을 심고 마적(馬賊)의 등살에 시달리는 나라 없는 민족
고향 떠난 부평초(浮萍草) 같은 신세가 하도 서러워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 때는 옛날
고복수 선생의 <타향살이>는 노래가 아니라
민족의 한 맺힌 역사이고 살아 있는 아픔입니다.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조국을 떠났다가 사회주의 체제에 귀향길이 막혔던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은 어렵사리 찾아온 조국에서 이방인이었습니다.
(사)지구촌사랑나눔 쉼터에는
타향살이로 서러운 동포 10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한 핏줄 대한민국도, 조국 중화인민공화국도 외면한 사람들
부모형제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짓밟힌 '코리안드림'과 온갖 질병으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가족 품이 그립지만 차마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갑니다.
한국인 노숙자(露宿者)나 행려병자(行旅病者)는 그래도 갈 곳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노숙자센터가 이들을 받고 있습니다.
받기만 하면 1인당 정부보조금이 지급됩니다.
또한 병든 이들은 의료보호대상자가 되어 100% 의료비가 지원됩니다.
그래서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중국동포나 외국인은 외면합니다.
한국 국민이 아니기에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찰관이나 공무원들이 저희에게로 데려옵니다.
이들을 저희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치료합니다.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사기와 폭행 등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 이들과 노인, 장애인들은 몇 년씩 쉼터에 머무릅니다.
이들에게는 급식소에서 365일, 매일 아침과 점심, 저녁 세 끼를 제공합니다.
한국어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교육도 실시합니다.
그들의 자녀들은 어린이집, 방과후학교,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합니다.
이 모든 서비스는 전면 무료입니다.
이들이 처음 우리를 찾아 올 때는 "한국×들 다 나쁘다"며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치료를 받고, 문제를 해결하며, 사랑을 받으면 발언이 달라집니다.
"한국사람 다 좋은데 나쁜 사람 조금 있어요!"
이러한 반응들이 우리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민간 외교의 선봉(先鋒)에 서 있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도 명절이 되면 더 쓸쓸해지고, 서러워 집니다.
20년 넘도록 이들과 함께 살면서 결심한 게 있습니다.
고향과 가족을 등진 이들을 위로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년 명절이면 이주민들을 모아 한바탕 잔치를 벌여 왔습니다.
2012년 올해도 '이주민 다문화 설날잔치'를 열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쓸쓸한 타향살이로 서럽고 눈물이 나지만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한바탕 놀다보면 신이 납니다.
중풍으로 반신마비가 된 정씨도, 심각한 장애로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조씨도,
늙고 병들어 돌아갈 고향도 사라진 팔순 노인도 어깨를 들썩입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들 무대에 올랐습니다.
고향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면서 마음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짓기도 했지만 마음은 후련해 졌습니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씩 맛있게 들면서 회포를 풀었습니다.
설날잔치는 끝났고 손님들은 돌아갔습니다.
식사를 마친 동포들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행사를 위해 몇날 며칠 수고한 직원들도 귀가했습니다.
저녁 늦게 흑진주 삼남매를 데리고 전북 진안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삼남매의 고향이자 삼남매의 할머니께서 계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를 뵙고 삼남매와 함께 넙죽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들께도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다문화 희망세상을 꿈꾸는 김해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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