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코끼리 이야기
by 김해성 | 12.01.05 07:51

 

2012년 희망찬 새 해가 밝았습니다.

새 해 첫날 오후입니다.

많은 인파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조국을 찾아 온 중국동포들입니다.

다문화가정 가족도 손잡고 왔습니다.

후원자, 자원봉사자들도 모였습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왜 모였을까요?

코끼리 때문입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아기 코끼리 한 쌍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가끔 아기 코끼리 한 쌍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코끼리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파옵니다.

죄를 지은 듯,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코끼리 가족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인근 동물원에 살았습니다.

60여 마리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함께 살던 부모 코끼리를 뒤로 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스스로 온 것이 아니라 강제이주(强制移住)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어린나이인 다섯 살, 여섯 살에 말입니다.


 

아기 코끼리가 가족들과 헤어지는 날이 되었습니다.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모두에게 듬뿍 나누어 주었습니다.

웬 떡이냐 싶어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끌려 나가는 아기들을 보고 일제히 먹기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코를 하늘로 세우고 일제히 울기 시작했습니다.


 

영특한 코끼리는 아기들이 떠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먹는 것도 중단하고 울어대는 코끼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그렇게 스리랑카 대통령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기 코끼리 한 쌍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습니다.

코끼리 중에서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은 몇 안 될 것입니다.

'코끼리가 비행기를 탄다?' 행운이라면 행운일까요?

어쩌면 되게 운이 없는 코끼리는 아닐까요?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이주를 당했으니까요.


 

그것도 결박당한 채 강철 상자에 실려 왔습니다.

트럭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또 트럭을 타고 왔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상자 안에서 30여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햇빛을 보았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마른 건초(乾草)를 먹게 되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한 번도 먹어 본적이 없는 마른 풀입니다.

더운 나라에서는 사시장철 푸르기에 건초란 없습니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고역(苦役)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맛도 없지만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먹고 살아야 하겠지요.


 

또한 한국에는 추운 겨울이 있네요.

눈이 오고 얼음이 얼게 되지요.

그래서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했었지요.

혹시나 얼어 죽을까 봐서 염려를 했었지요.

그래서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칙사(勅使) 대접을 받느라 따뜻한 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답답하기만 합니다.

 

벌써 두 번째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지 15개월이나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습니다.

몸무게도 400킬로그램이나 늘었습니다.

키도 불쑥 컸습니다.

지금 몸무게는 1.5톤쯤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기 코끼리입니다.

엄마아빠처럼 다 크게 되면 4톤, 5톤으로 자랄 것입니다.

그때는 예쁜 아기 코끼리도 낳을 것입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말을 했던가

바보처럼 바보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것은 거짓말

향수를 달래려고 술이 취해 하던 말이야

아~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어디선가 아련한 유행가 가락이 들려옵니다.

아기 코끼리 한 쌍은 자신을 찾아온 이주민들을 바라봅니다.

고향 땅을 떠나 한국을 찾아온 처지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아기 코끼리는 아련한 절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당신들은 고향에 돌아 갈 수 있지 않나요?

당신들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지 않나요?

어쩌면 우리는 영원한 이별 앞에 서 있어요."


 

모든 이주민들이 아기 코끼리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 순간 외국인노동자들이 용기를 얻습니다.

중국동포들도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다문화가정 가족들도 힘이 납니다.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아기 코끼리도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주민들에게 힘을 주었다는 뿌듯함이 넘쳐 납니다.

코를 높이 들었습니다.

큰 소리를 내어 외치기 시작합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모두가 힘을 내고 있습니다.

박수를 치며 환호성(歡呼聲)을 울립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아기 코끼리도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 다문화 희망세상을 꿈꾸는 김해성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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