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동물과 인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도 진화에 의해 발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수없는 고통을 거듭해나가며 창작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예술의 진화, 그 진가를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파이더맨이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150개가 넘는 평론이 칭찬보다는 ‘거대작의 실패’, ‘수준미달의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라는 꼬리를 달고 날아다닌 후 스파이더맨은 무대위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평론가들이 짖어대는 혹평(酷評) 일변도의 리뷰가 단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주인공 스파이더맨이 공연 도중 머리와 어깨의 부상을 입고 갈비뼈 세 개가 나가는 부상에 겹쳐 등뼈에도 손상을 입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거금을 들여 화려하게 막을 올린 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급기야 3주간 쇼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7천만 달러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제작비와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기대속에 선보인 작품이 막을 올리자마자 냉정한 비평과 거침없는 야유에 스러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경제난에 처해있는 2011년 미국시민들의 군중의 소리가 브로드웨이 사상 최대의 뮤지컬 르레상스를 위한 Julie Taymor의 야침찬 얼굴에 찬 물을 부은 셈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새로운 각색과 어레인지먼트로 다시 브로드웨이에 올려졌고, 나는 그 모든 작업에 참여하고 기여한 사람들에게 찬사(讚辭)를 보낸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Peter Parker)는 뉴욕 퀸즈 외각에 위치한 마을 훠레스트 힐(Forrest Hill)에서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살고 있는 고등학교 소년이다. 별로 탁월하지 않은 외모에 안경을 쓴 그는 수줍음이 많고 숫기도 없어 항시 근육질 동기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옆집에 살고 있는 동급반 여학생 메리 제인 왓쓴(Mary Jane Watson)을 사랑하지만 다가 갈 수 없이 짝사랑에 머물러야하는 형편. 그녀는 유전 연구회사를 경영하는(Genetic Laboratory) 거물급 과학실험회사의 아들인 해리 오스번( Harry Osborn)와 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피터 파커는 메리제인을 먼 곳에서만 바라보는 자신을 돌아보며 쓸쓸해하나 메리 제인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 실험실 회사에 견학을 갔다가 (Genetically Engendered Spider: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변형하여 힘이 세진) 수퍼 거미에게 물리게 된다. 얼마후 거리에서 근육질 남자학생들에게 회롱(戱弄)을 당하는 메리 제인을 구하면서 자신이 거미에게 물린 후 시각도 완전해지고 근육도 강한 힘을 가져 천정이나 벽에 붙어 초능력적인 힘을 발휘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www.spidermanonbroadwaymarble.com
완강한 능력(수퍼파워)에는 책임감이 따라야한다는 신념에 입각해진 그는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변신하고 거리의 범죄자를 잡아들인다. 물론 스파이더-맨을 흠모하던 메리 제인에게 자신이 스파이더맨임을 고백하고 드디어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된다.
1960년대 코믹 공상만화로 시작된 스파이더맨은 수퍼맨(Super Man)의 상징적인 대명사이다. 아바타 제작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이 2002년 레오나드 디카프리오(Leonard DiCaprio)를 기용하려던 의도를 저버리고 오리지널에서 새롭게 각색을 시도하여 영화로 내놓아 82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하였다. 역사상 보기 드문 흥행을 누린 결과로 2003, 2004년 다시 스파이더맨 2, 3편이 계속 흥행으로 이어졌다. 2010년 말 스파이더맨은 쥴리 테이모어(Julie Taymor)에 의해 다시 획기적인 브로드웨이 쇼로 기획이 되어졌다.
기획가, 극작가, 가면디자이너, 필림메이커인 줄리 테이모어는 1952년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에서 태어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극과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에 지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었다. 파리와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수업을 하고 1980년 미국에 돌아온 그녀는 전공중에 하나였던 민속학을 바탕으로 적은 무대일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오랜 동안 명성을 다져나갔다.
그녀가 극작하고 무대의상, 퍼펫을 이용한 무대를 비롯, 음악 등 극장무대예술(Theatrical Arts)을 총망라해 기획한 1988년 쟝 다리엔(Juan Darien)은 하웨즈상(Hwes Award)을 수상하고 토니상 후보로 올라 극장가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기획으로 큰 용기를 얻은 그녀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번뜩이는 창작성을 필름 기획에 쏟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든 영화 템페스트나 멕시코 여성 미술가 후리다(Frida)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은 골든글로브, 에이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헬렌 머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뉴욕 필름페스티발과 베니스 필름 페스티발에서도 인정 받았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넓히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레파토리로 불리는‘Great performance at Met’ 등 다섯개가 넘는 오페라 공연을 기획하여 1991년에는 맥아더 재단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주는 기획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테이모어의 탁월한 창작성과 재능을 보여준 것은 여성 최초로 받은 토니 어워드 디렉터상이다. 남들이 볼 수없는 시각에서 완성된 디즈니랜드 르로덕션 ‘라이언 킹(Lions King 1997)’ 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그녀만의 시각으로 브로드웨이로 옮겨진 완성된 극장무대예술(Theatrical Arts)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로 환상적인 히트를 친 이 작품은 음악과 무대의상을 비롯, 100개가 넘는 동물들의 가면을 손수 만들어 마스크/가면 디자인상도 더불어 받는 등 스파이더-맨을 기획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심어준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Spider-Man, ‘Turn off the Dark’는 새로운 스토리의 각색과 주인공이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더 발전된 테크놀로지의 면모를 보강하고 6월 다시 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라이언 킹이나 미스 사이공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 서 조금은 떨어지는 사운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관객은 극장 꼭대기와 발코니를 날아다니는 배우들의 모습과 주인공 스파이더맨 이 그의 적, 노만 오스본/그린 가브린과 생사를 넘나드는 격투장면을 올려다 보며 경이(驚異)의 환호(歡呼)를 터트린다. 또한 머리위에서 가는 줄에 매어 공중을 치솟는 배우의 얼굴은 엑스터시 그 자체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넘을 수 있으나 최선을 다해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된다”는 말은 이들에게 통용되지는 않는 말이다. 태양빛의 속도로 진전되는듯한 테크놀로지에 못미치는 인간의 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기도하다.
머리위에 거꾸로 서서 극장 꼭대기에 연결된 실오라기에 몸을 의지하고 열연(熱演)하는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열연하는 새로 올려질 스파이더맨의 긴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