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이미 겨울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도쿄에서는 아직도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쿄시내의 나무들이 붉게 물드는 모습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도쿄 최고의 단풍을 자랑하는 다카오 산을 다녀왔습니다.
다카오 산 앞에 도착! 물든 단풍잎보다 울긋불긋 옷을 입은 사람단풍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붐비는 것 같습니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케이블 카와 기차를 타기 위한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구요. 기다리기도 싫고 해서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등산 시작! 요~이 땅(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고 있는 "요이"는 준비라는 뜻의 일본어 라는거 잘 아시죠?)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할수록 과연 다카오 산은 빨강 노랑 원색의 강렬함을 뽐내며 자신이 도쿄 최고의 단풍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답니다.
중간 휴게소이자, 케이블 카의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허기진 사람들은 다카오 산의 명물(名物) ‘당고’를 사먹고 있네요. 정신없이 먹는 사람들을 보니 "하나(花) 요리 당고"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 말은 봄 벚꽃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치는 즐기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고 생긴 말입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의 제목도 "하나 요리 당고"에서 만든 것이지요.
명물이라는데 안 먹을 수 있나~ 하고 사 먹고 정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명성에 비해 맛을 별로이더군요.
중간 휴게소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남자를 위한 길, 오른쪽은 여성을 위한 길입니다. 남자의 길은 보기에도 험상궂지요? ^^ 전 그냥 현명하게 편한 길을 선택해서 오른쪽으로 갔습니다.
이 언덕을 넘어가면 한 신사(神社)가 나온답니다. 일본사람들은 기도도 하고 신사 주변의 단풍을 감상을 합니다.
기도준비를 하는 아가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단풍과 기와의 조화가 아름답네요.
건축양식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네 산사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잠시 들었습니다
신사를 지나 약 30분 정도를 올라가다 보니 재미있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야생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주의입니다.
실제로 보지는 못 했지만 야생 원숭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신기하더군요.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에서는 후지 산이 보이는데 제가 간 날은 날씨가 맑지 않아 희미하게만 보여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정상에서는 후지 산 말고 그다지 볼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준비한 도시락을 먹거나 식당에 가서 간단히 배를 채운 후 하산을 합니다.
다카오 산의 하산코스를 내려오다 보면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단풍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산행길의 피로를 풀어줍니다.
전 이곳을 다카오 산의 하일라이트로 뽑고 싶습니다. ‘산 중턱의 한 정자’에게 으뜸 자리를 빼앗긴 ‘다카오의 정상’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날씨가 좋아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였다면 정상을 하일라이트로 선택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