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원각사 일기 3
by 훈이네 | 20.04.0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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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시피 연등(燃燈)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무명(無明)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춘다는 뜻인데요. 무명으로 가득 찬 어두운 마음이 부처님의 지혜처럼 밝아지고 온 세상이 부처님의 자비로 충만토록 하자는 것이지요.

 

연등에 달린 꽃잎 장식을 떼면서 이게 모두 몇장일까 궁금했어요. 다시 새로운 꽃잎을 하나씩 붙이며 궁금증을 풀 수 있었지요. 연꽃잎 장식은 해마다 한국에서 자비성보살이 직접 몇박스를 들고와 달았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나가지 못하고 다른 이의 도움을 얻어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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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장식은 두가지인데 등 전체에 붙이는 연분홍 꽃잎과 맨 아래 붙이는 초록 잎 두가지로 돼 있습니다. 붙이기 위해선 풀을 쒀야겠지요. 선명스님이 직접 쑨 풀은 밀가루에 설탕까지 넣었다고 하시네요. ^^

 

보통의 연등은 분홍꽃잎이 한줄에 12장씩 모두 8줄을 붙이면 되구요. 맨 아래 초록 잎은 8장이 들어갑니다. 모두 합해서 104장이 되는거죠. 주지 지광스님 말씀이 예전엔 연등 하나에 108장을 맞춰서 붙이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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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지광스님(오른쪽)과 선명스님

 

하나의 연등에 100장이 넘는 꽃잎을 일일이 붙이는 것 자체가 정성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도 요즘엔 아주 쉬워진거라고 하네요. 예전엔 분홍색 연꽃잎의 한쪽을 일일이 꼬아서 모양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완성품으로 만들어져 나오거든요. 다만 하단에 붙이는 초록잎은 붙이기 전 여전히 손으로 꼬아야 했습니다.

 

연등의 몸체는 철사로 만들어진 것을 결합한 구조로 돼 있는데 이것에 창호지와 같은 종이를 발라서 기본 몸체가 이뤄집니다. 꽃잎을 떼어내고 몸체는 재활용을 하는거죠. 옛날엔 연등 몸체도 철사가 아니라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서 만들었다고 해요. 그걸 일일이 연결해서 만들었으니 대단하지요. 정말 하나의 연등이 만들어지기까지 지극정성의 기도공덕(祈禱功德)이 스며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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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매다는 낡은 철사줄을 일일이 교체하는 인궁스님

 

 

사실 이렇게 연등을 장식하려면 사찰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인력이 어려운 곳에선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성품 연등에 최소한의 장식만 꾸며서 달기도 합니다.

연등에 전구를 달기 전에는 촛불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플라스틱 등의 경우는 열기에 조금씩 녹아 연등 모양이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연등 장식을 하는 덕분에 많은 옛 이야기와 흥미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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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꽃잎을 붙이는건 처음 하는 일이라서 쉽지 않았어요. 붙이는 요령을 지광스님과 선명스님에게 배웠는데요. 꼼꼼히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열이 삐뚤빼뚤 흐트러지기 쉬웠거든요.

 

조금 익숙해지면 손이 점점 빨라지는데 지광스님의 연잎 붙이는 속도는 눈부실 정도였어요. 빠르면서도 아름답게 연꽃잎을 붙이시는 모습에 취할 정도니까요. 문득 TV프로 생활의 달인이 생각나더군요. 아마도 많은 스님들께서 연꽃잎 다는 것은 달인(達人)이요, 명인(名人) 수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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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하나에 꽃잎 붙이는데만 근 한시간 걸리던 것이 조금씩 빨라지긴 했습니다만 스님들 속도에 비하면 거북이가 따로 없었습니다 ^^ 그래도 정신을 집중하며 하니 잡념도 사라지고 무념무상이 되는 듯 시간이 잘 가더군요.

 

남편도 일을 거드는데 제법 솜씨가 괜찮더라구요. 칭찬을 했더니 늘 바삐 살아왔는데 이렇게 절에서 차분하게 연등 장식을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파안대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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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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