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일 하이뉴욕코리아 대표님의 주제 발표 잘 들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급 선거’로 역사에 남을 것 같습니다. 대선전부터 투표 당일까지 기성 언론보도는 해리스 우세이거나 초박빙(超薄氷) 선거라는 것이 대세였고 출구조사를 근거로 해리스가 우세하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사실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해리스보다는 트럼프가 꾸준히 우세했고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은 객관적인 취재보다는 해리스 승리의 희망회로를 돌리는 미국의 일부 주류언론을 따라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바로 다음날 미국 현지에서 생생한 분위기와 함께 전망과 분석을 심도있게 해주신 안동일 대표님, 정말 며칠째 잠도 못자고 준비하셨을 것 같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구요. 특히나 재외동포언론인들이 이렇게 순발력 있게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발표와 토론을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고 재외동포언론인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미국 대선이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몇가지 중요한 함의(含意)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번 대선은 최초, 그리고 희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민주당 해리스는 경선을 치르지 않고 대통령 후보직을 승계받은 최초의 인물이자 여성입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도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3번 연속 대통령에 도전하는 기록을 무려 131년만에 세웠습니다. 역대 1호는 민주당의 그로버 클리블랜드라는 인물인데요. 1885년 22대 대통령을 수행하고 4년후 재선에서 패했지만 1893년 세 번째 도전에서 이겨 유일하게 두 번의 임기를 나누어 집권한 '징검다리 임기' 대통령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트럼프는 8년 간격으로 두명의 여성후보와 대결한 최초의 남성 후보이자 역사상 두 번째 ‘징검다리 대통령’에 당선한 대기록을 세운 셈입니다.
사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이미 기록이 많습니다. 주로 흑역사(黑歷史)인데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여 지지자들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부추긴 장본인입니다. 이때문에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임기중 두 번이나 탄핵소추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패배시 불복할 것’이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승리로 큰 혼란은 없게 됐다고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대선은 조금 심하게 얘기하면 지구촌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선거’입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 각국의 희비와 기대치도 엇갈립니다. 가령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와 너무 안좋았고 트럼프의 유태인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실세라는 점에서 트럼프 승리에 환호하고 있고, 중국은 대미수출상품에 관세를 60% 이상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머리가 복잡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주류언론의 엉터리 전망에 당황한 가운데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8년전인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승리 요인중 하나로 트럼프를 몰래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거론되었는데요. 이번 선거에서는 ‘샤이 트럼프’가 줄어든 대신, 트럼프 지지층인 ‘학력 낮은 백인 유권자’ 내부의 반란을 예상하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즉 트럼프를 지지하는 가정과 커뮤니티에서 백인 아버지와 달리 아내와 딸은 해리스에 투표하는 ‘샤이 레이디(Shy Lady)’ 현상입니다.
반대로 저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샤이 블루(Shy Blue)’ 현상이 상당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지난 4년간 집권당은 민주당이었고 대통령은 바이든이었습니다. 사상 최악의 고물가속에 미국의 소비자 경제가 신음하고 가자지구 학살 등의 사태로 바이든정부에 분노한 민주당 유권자들이 차라리 트럼프가 낫다고 역선택하는 현상이 의외로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을 ‘샤이 블루’,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앵그리 블루(Angry Blue), 앵그리 데모크랏(분노한 민주당원)’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선거가 대통령만 뽑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미국 유권자들은 임기 4년의 대통령뿐 아니라 6년 임기의 연방상원의원 100명중 3분의1(34명), 2년임기의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 4년 임기의 주지사 11명 등 총 6,823명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상원과 하원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상하원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세계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대통령과 상하원을 석권하는 ‘레드 웨이브’에 성공했습니다. 트럼프와 의회가 일사불란하게 공조한다면 트럼프 2기의 대내외정책과 세계에 대한 영향력은 1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가지 우리에게 기쁜 소식은 연방 하원의원을 세 번이나 역임한 앤디 김 의원이 처음으로 상원 연방의원에 당선된 것입니다. 재미동포 12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이 된 앤디 김 의원은 뉴저지주를 대표하는데요. 뉴저지는 1972년부터 민주당의 아성으로 앤디김이 치열한 내부경쟁을 뚫고 민주당 후보가 되어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것은 재미한인사회의 달라진 위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인사회의 파워가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에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특히 앤디 김 의원은 만42세로 적어도 20~30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입니다. 앞으로 한인사회와 대한민국의 든든한 원군(援軍)으로 기대된다는 사실 말씀드리며 이상 토론 마치겠습니다.
* 이 글은 2024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국제심포지엄 ‘美대선 어떤 영향 미칠까’ 주제발표에 대한 필자의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