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사상과 현대심리학의 만남 - 영화 인셉션의 단상...
by 차크라 | 10.11.08 21:38

근래 좀 뜸했나 싶더니 다시 나왔다. 뉴에이지 계열의 영화. 각성(覺醒)을 촉구(促求)하는...

영화 ‘인셉션’은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꿈속의 꿈, 그리고 또 꿈속의 꿈, 꿈속의 꿈속의 꿈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너무도 신선했다. 물론 이들은 꿈속에서도 이것이 꿈이란 것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호접몽과는 다르다.

장자의 호접몽은 내가 꿈속의 나비가 된 것인지, 꿈속의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호 애매(曖昧)함이 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팽이가 쓰러질 듯하면서도 계속 돌아가는 모습에서 영화를 마침으로써 뭔가 여운을 남긴다.

꿈에서 깨어나려면 죽어야 한다는 것, 꿈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살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메시지는 섬뜩하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는 자살을 조장(助長)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자살해도 타이밍이 안 맞으면 못 깨어나고 영원한 무의식(無意識)에 갇힌다는 식으로 비껴가기는 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주인공이 현실로 깨어나는 방법은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종종 자살하는 사람들, 특히나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은 현실도피(現實逃避)가 아니라 현실탈피(現實脫皮)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살아 있는 우리 입장에서야 그들은 저세상(?)으로 가버린 존재지만, 혹시나 우리가 꿈속이나 허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은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간 것이고, 우리 아직 꿈을 꾸는 것이라면...? 물론 확실하지도 않은 것 가지고 꿈에서 깨자고 뛰어내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생각은... 혹시 이 세상이 꿈일 수도 있으니, 천년만년 여기서 살 것처럼 집착(執着)하지는 말자는 것이며, 언제 깰 지도 모르니 사는 동안 혹은 꿈꾸는 동안 최대한 즐기자는 것이다. 최소한 악몽은 꾸지 말자는 것이다. 내가 읽은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인셉션에 재미있는 설정(設定)이 나오는데, 바로 무의식에 어떤 생각을 주입(注入)하는 것이다. 근데 이것은 현대 심리학에서, 특히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라고 하는 심리학 기법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NLP는 우리말로 하면 신경언어 프로그래밍으로 풀이되는데, 우리말로 풀어도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으므로 그냥 NLP라고 하자. NLP는 전통 최면기법과 심리치료에서 양대 산맥을 이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면술(催眠術)이 시술자의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반면, NLP는 어느 정도 공식화되어 있어 피상담자가 트랜스 상태에 든다거나 할 필요는 없다.

아무튼 NLP의 개념은 누군가에게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새롭게 프로그램하면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지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식이다.

인셉션,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동양사상과 심리학 공부를 한 사람 같다. 뇌과학 지식도 어느 정도 있고. 하긴 전작인 배트맨 다크나이트도 심상치 않았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模糊)하고 악역인 조커가 불쌍할 정도였으니... 그의 다음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영화의 그래픽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화면상의 볼거리로 따지자면 아바타나 레지던트 이블 4탄 애프터 라이프 등의 영화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시간 때우기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남겨두기 때문에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을만 하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취향이 다분한 선정이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현대차 제네시스. 생각만큼 차가 멋지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명한 현대 로고. 한국인으로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동양사상의 기본이 있고, 심리학 공부도 어깨너머로 했고, 뇌과학 공부도 했고... 영화공부도 했으니... 이제 시나리오만 쓰면 되는 건가?

그전에 가장 존경하는 이스트우드 형님의 신작 Hereafter부터 봐야겠다.

by 유정선 2016.01.10 11:31
와~~ 이런 영화 정말 좋아하는데 꼭 봐야겠습니다. 제가 어릴때 한동안 스필버그의 짧은 필름...제목이 아마 네버엔딩 스토리 인가 그랬어요. 그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봤는데 스토리중에 고도로 발달한 어느 시대에 사람들이 너무 삭막하고 외로워 가게에 들어가 꿈을 선택해서 잠자는 동안 이어폰을 쓰고 원하는 꿈을 꾸는 이야기에요...어떤 여자가 남편과 딸둘과 피크닉 가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고 있는데 갑자기 그 꿈가게에 실제로 불이 나던가? 무슨 사고로 그 여자는 그 꿈속에서 나오질 못하는 이야기에요...기계가 고장나서 꿈속에 있는 남편이 이상하게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이 여자는 남편이 왜 똑같은 말만을 대풀이 하냐며 미쳐버리는 거죠...끔찍했던 스토리에요...지금 세상도 어찌보면 그럴 수 있다...생각해보면...꿈에서 깨는 방법밖에는 없잖아요. 일반 우리들은 사실 깨닫기 전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모르고요...그래서 꿈에서 깨라 하잖아요. 저는 지금도 가끔 이게 꿈같다...느낄때가 있어요. 꿀만큼 꾸고 깨어나야죠...ㅎ
뉴스로 PC버전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