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함을 다르게 말하는 에반이
by 에반엄마 | 12.05.01 12:23

‘자폐’(自斃)라는 말은 사실 그 어감이 많이 무섭습니다. 아이와 웃고 호흡하면서 그렇게 자신을 아이에게 아낌없이내어주며 아이를 키워나가는 엄마아빠님들에게 아이가 ‘자신을 닫아버린다’라는 그 말처럼 겁이 나는게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나와서 4년 반동안 살아오면서 자폐라는 장애에 꿋꿋하고도 끊임없는 도전장을 휘리릭 날려주는 에반이를 보면서 배운 건데요. 중증자폐를 가진 에반이는 자신을 세상에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교류를 워낙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추구하다보니 세상이 그냥 흘끗 에반이를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것처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반이는 여느 아이처럼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고 세상과 이야기를 하기를 원합니다.

에반이 엄마로서의 가장 큰 숙제는 자폐라는 장애로 인해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는 에반판 특허의 소통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어주고 이 세상에 조심스레 그 방법을 알려주어 에반이가 좀 더 세상 안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것인 듯 합니다.

 

학교를 마친 에반이를 데리러 가면, 엄마를 보며 녀석은 눈없어지며 활짝 펼쳐지는 그 웃음을 저에게 날려줍니다. 기분좋은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이면 ‘엄마~’하면서 폭 가서 안기면서 학교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쏟아내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에반군은 엄마한테 마구 달려오는 듯 하다가도 막상 가까이 오면 ‘확’ 커브를 틀어서 혼자 깡총깡총 뛰어줍니다. 물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혼자 가슴속에 꾹 묻어두고 이제 열심히 주어하고 동사를 섞어 한 문장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에반이에게 학교에서의 하루를 엄마에게 쏟아내기란 참 힘이 들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재미있었어?”하는 저의 물음에 ‘네!’ 하고 무심한 듯 생뚱하게 대답해주는 걸로 저는 녀석의 하루일상을 짐작합니다.

학교에서 도란도란 손을 잡고서 이제는 버스를 탈 시간입니다. 버스를 또 좋아하는 에반이는 또 그 얼굴이 활짝 환해지면서 에반표 행복 표현 특허법 1호인 ‘폴짝폴짝 뛰어주기’를 해 보입니다. 에반이 녀석은 너무나 기분이 좋아 자신의 몸을 공중에 살짝 띄워주는 것이지만 이제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 있어서는 엄마인 저는 따끔따끔한 주변 사람들의 눈빛에 얼굴이 막 가려워집니다.

‘원 아이가 버스에서 저렇게 뛰어도 되는 거야’ 라는 강력레이저의 눈빛이 제 얼굴에 피용피용 꽂히는 탓입니다. 하지만 저는 강력레이저에 큰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반사를 해드리면서 에반이에게 주의를 줍니다. 제 큰 웃음의 반사도 별 효력이 없으면 멋지게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조용히 에반이의 장애사실을 알립니다.

에반이를 유모차에 꽁꽁 앉혀서 사람들 눈 안 보는데로 숨어서도 갈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도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배우게 해주고 싶어 꼭 버스를 타는 고집을 부리는 엄마 탓에 에반이는 이제 ‘폴짝폴짝 삼단 뛰어주기’가 일단에서 영단으로 팍 내려가주고 자리에 앉지 못해도 제법 의젓하게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있으면서도 그 웃음을 놓지 않을 정도로 세상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자폐’의 정석(定石)이 되어버린 ‘말아톤’ 영화를 보면 초원이 엄마가 그러잖아요. 자폐아의 엄마들은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게 소망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간절한 소망일 뿐 저는 에반이보다 더 오래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에반이 곁에 있어주지 못할 때가 정말 눈 깜짝할 만한 사이에 오겠지요.

그 때가 되면 우리 에반이는 자신을 조금더 너그럽게 봐주는 세상에서 행복한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에반이를 저는 계속하여 자랑스러워하며 세상에 내보여주고 또한 에반이가 세상에서 계속 섞여살아가도록 자신만의 특허표 세상과의 소통법을 조금씩 세상과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저는 오늘도 노력합니다.

 

* 이 칼럼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http://www.autismkorea.kr) 해피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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