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후배 하나가 묻는다. ‘선배는 뉴욕의 상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평소 문화사업과 관광사업에 관심이 있는 이 후배는 대다수의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여전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뉴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내게 진짜 뉴욕의 상징은 뭐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를 존경한다는 후배가 물으니 선배로서 좀 멋진 대답을 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잠시 생각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종 아니겠니? 세상 어디에 이렇게 다양한 민족들이 제 각각의 색깔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곳이 있을까?’
뉴욕이 ‘인종의 용광로’라거나 ‘인종의 전시장’이라거나 하는 식의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으니 계속 읽으셔도 안전하다.
오히려 이 칼럼에서는 그 반대의 얘기를 해보려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화려한 옥외 광고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브로드웨이,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으로 상징되는 엽서와 관광책자 안의 뉴욕이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서의 뉴욕을 얘기해 보려한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살며 동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이질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그러다보니 끊임 없이 갈등과 반목이 야기되는, 그래서 이제는 국적 마저 불투명해 보이는 도시..
양지 보다는 음지가 많아 보이고 도대체 이 곳에 관광을 온다는 것 자체가 바보스러워 보일 정도로 지저분한 도시..
단정한 사람들 보다 건들거리는 사람들이, 질서 보다는 무질서가 더 눈에 보이는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그런 뉴욕을 밖에서가 아닌 안쪽까지 깊숙히 들어가서 거기로부터 더 깊은 안쪽을 들여다 보며 솔직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독자 여러분과 진솔한 대화를 후미진 뉴욕의 뒷골목에서 나눠보고 싶다.
전 세계 뒷골목의 집대성이요 엑스포장인 뉴욕의 뒷골목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