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실수 연발..열대어사업
by | 10.07.06 03:45
 

지금도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이면 생각나는 게 있다. 처음 가게를 임대(賃貸)했을 때는 3월이라 날이 꽤 쌀쌀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지하에서 각 종 집기며 어항 놓을 자리를 두고 혼자 끙끙대며 즐거운 고민들로 하루가 왜 이리도 짧은지 원망할 정도였다. 당장 25조원에 달하는 관상어(觀賞魚) 시장이 문을 활짝 열고 다크호스의 등장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인력도 자금도 부족하니 주문한 축양장(畜養場)이 들어올 때마다 후배, 친구 죄다 불러서 가져다 놓고 밤을 새가며 각 수조에 들어가는 여과기(濾過器) 및 에어라인을 설치했다. 경험이란 중요한 것이어서 그 당시에는 나름 가장 효율적인 축양장 설치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장비설치에서만 적어도 3가지의 큰 실수를 했다.

우선 디스커스 페어(pair) 수조(水曹)가 약간 작다는 것. 디스커스 페어가 자연 상태에서 영위하는 공간을 이론대로 적용한 것이다. 가로, 세로 각 450mm의 수조를 준비했었지만 이보다 약간 더 큰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깨 닳게 되는데 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에어를 멀티라인으로 설치 한 것. 가정에서 흔히 보는 소형 산소공급기(엄밀히 말하면 산소 공급기는 아니다.) 대신 업장에서는 대용량의 브로워라는 기계를 사용한다. 이때 고민하는 것은 각 수조에 공급되는 에어 량을 조절할 수 있는 멀티라인으로 할 것인가, 한 개의 관을 통해 들어가는 싱글라인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난 멀티라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많은 수족관 관련 부품이 중국산인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약하고 불량품이 많다. 결국 중간에 공기가 사방으로 새는 바람에 몇 차례에 걸쳐 힘든 작업을 했다. 현재는 두 방법을 적절히 섞어 가장 괜찮은 방식으로 에어를 공급한다.


 

 

계획 없이 구입했던 임페리얼 제브라와 프론토사(아래), 몇 달만에 퇴출당한 어종들이다

 

마지막으로 축양장에서 뼈대의 재질을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선택한 것이다. 가볍고 조립이 간단해 널리 쓰이는 소재이지만 오랜 기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 아쿠아리움에서 각 어종에 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특히 장비에 관한 정보는 얻기가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 잘못된 정보가 너무나 많다. 뼈대만큼은 현재로써 재설치가 어려워 아직은 그냥 쓰고 있지만 언젠가 이전한다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다.

어쨌거나 수조는 마련했고 물이 잡히는 동안 내내 생각해왔던 어종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열대어 중개상을 통해 수입하지 않고 우선 국내에 퍼져있는 높은 등급의 녀석들을 찾아다녔는데 괜찮은 녀석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면 전라도 광주에서 부산까지 몇 번이고 다녀왔다.

여자들이 몇 달치 월급을 모아도 사지 못했던 명품들을 전국 유명 백화점으로 리스트에 줄줄이 적어 싹쓸이 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행복의 크기만큼이나 들떠 실수를 하고 만다. 애초에 계획에 없던 고기들을 사들인 것이다. 너무 예쁘고 예전부터 키워보고 싶었지만 전혀 수익성이 없는 고기들(대개 번식이 힘든 경우)을 단순한 취미생활이던 예전 버릇 못 치고 양손에 바리바리 들고 온 것이다.

처음에는 사업계획서에 있는 5종과 계획성 없이 들여온 녀석들로 11종의 열대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단 3종만을 브리딩한다. 8종은 번식이 안 되거나 힘들게 치어(稚魚)를 내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 퇴출당했다. 이중 애초의 계획대로 남아 있는 것은 1종뿐이니 당당히도 아버지께 제출했던 것이 무안하기만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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