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진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에게 보내는 노인의 글

by 백영현 | 12.05.05 00:58

우리는 나라님들이 서 있으라 하면 서 있었고, 또 그들이 앉으라 하면 앉았다. 계속 걸으라 하면 끝도 없이 걷다가 “왼쪽으로 돌아.”라고 하면 왼쪽으로 돌았다.

다시 “오른쪽으로 또 돌아.” 하면 좀 어지러워도 바로 또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제 그들은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공중부양?

대중과 민중은 실종되고 절대 권력의 통치자들만이 猖獗(창궐)하는 슬픈 시대에 살고 있는 群像(군상)들,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해방 후 내가 살아온 지난 세월은 뒤돌아 본다. 민주주의라는 껍데기로 잘 포장된 독재정권, 곧 이은 군사정권, 엉거주춤한 민주정권, 잃어버린 십 년(10) 세월이라는 국민정부, 참여정부 시절 그리고 수출, 경제와 공과만 버젓하면 세상이라도 구하는 일이라 굳게 믿었던 MB 정권, 우리 국민은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을 만큼 골고루 다 거쳤다.

선거 역사를 돌이켜 본다.

선거철만 닥치면 언제나 여론과 민심이 칼날같이 정치권을 심판하리라 하였건만 우리 기억엔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정치집단에 의해 국민이 개 끌려다니듯 끌려다닌 기억밖에 없다.

그래, 어차피 지나가 버린 길고 긴 榮辱(영욕)의 세월이다. 이 모든 우리의 몸부림이 보다 나은 국가를 만들고,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로 우리 모두의 소중한 투자였다고 위로하자.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큰 의미가 담긴 임진년이다.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두 정당을 초월하고 지역 계파를 넘어서 보기에 좀 모자라도 상식 머리가 분명한 반듯한 사람을 선택하자.

이 글에 다소 무리가 가는 전개일지 모르나 다음 세대의 욕구를 같이 느끼고 진지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굳이 붙이고 싶은 표제라면 ‘세분이 크게 애쓰지 않고 대통령이 쉽게 될 수 있는, 어려운 길’. 당사자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세 분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박근혜 대표의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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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세종시에 관한 나의 철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의 큰 고뇌는 국가 이익과 우리 사회에 매몰 되어 가고 있는 신뢰, 실종된 약속이행, 그 가치 사이에서 방황했던 나.

국가가 다소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신뢰와 약속이 지켜지는 바른 사회에 더 비중을 두었던 나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세종시는 건강한 새 도시로 다시 탄생할 것이다.

-대선공약

나에게 더 이상의 대선공약은 없다. 지난 수년간 많은 公言(공언)을 한 것은 없지만, 그 말들의 요약이 바로 대선공약이요 선거공약이다. 나에게 차기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 국민의 간택을 받는다면 그 공약이행도 벅차고 바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나와 정치성향과 길은 다르지만 정말 훔치고 싶은 큰 간판이 하나 있다. “사람 사는 세상” 표절이라는(?) 세속적인 비난도 있겠지만 어찌하리 꿈이 같은데……

-외세라는 말

TV에서 방영된 동물의 왕국에서 진귀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뿔이 화려하게 달린 두 마리 큰 수사슴이 그들 사회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혈투를 벌인다. 얽히고설킨 뿔을 톱으로 자르지 않는 한 말릴 방법이 없다.

그때 멀리서 나타난 사자 두 마리, 달려오지도 않는다. 느릿느릿 걸어온 두 사자, 지쳐서 자빠져 있는 두 수사슴의 기름진 배를 서서히 혀로 핥는다. 얽혀진 뿔은 아랑곳하지 않고, 뜯어 먹기 시작하는 사자들.

외세는 어느 곳에나 있다. 혈맹, 동맹, 하지만, 그들도 역시 많은 식구 거느리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제주 해군 기지

우리는 부끄럽게도 나라를 빼앗겨 본 경험을 지닌 자손들이다. 나라 없는 서러움이 얼마나 비참하고 혹독한 것인지를 체험한 민족. 그래서 국방은 국가 정책 중 가장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여, 야 구별이 없는 유일한 성전 같은 곳. 자기 나라 해군을 해적으로 몰아가는 극단주의를 나는 단호히 排擊(배격)한다.

초라하고 가난한 우리 해군을 이끌고 조선(나라)을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이 해적의 괴수란 말인가?

4월 13일은 고니시 유끼나와, 가토 기요마사, 우기다 히데이에 등이 왜군 16만을 이끌고 부산포를 들부수며 쳐들어온 “임진왜란”의 첫날이다. 우리 모두 숙연해지자.

나라를 빼앗기면 보호해야 할 우리의 자연도 존재하지 않는다.

-핵

비핵화 없이 남북이 공유할 미래가 없다. 더구나 비핵화 없는 통일은 망상일 뿐. 진정한 비핵화의 운명적 파트너는 역시 북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가장 절실한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나의 가장 큰 국정 과제.

-독재자의 딸(?)

그 굴레를 벗어날 수도 없을뿐더러 벗어나고 싶지도 않다. 평생 야당이었던 가장 가까운 어머니를 홀대하고 홀로 걸어가다가 홀연히 역사에서 사라진 나의 아버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 역시 남과 같이 인격을 지니고 자유로이 생각할 수 있으며 인간이라는 일 인분의 값어치를 지닌 한 사람이다.

獨裁(독재)의 독소를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나의 인생…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민주투사들 산업화 과정에서 혹사당한 다수의 산업일꾼들, 파독 간호사와 광부, 젊은 피와 바꾼 월남 파병 전사들, 해외 근로자들의 헌신적 희생, 수출 전선에 선 구로공단 여공들의 땀. 이 모든 기억은 나의 정치 여정에서 가장 깊숙이 간직한 나만의 에너지.

함께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내가 꿈꾸는 세상이다.

문재인 대표의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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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인의 추억

만일 국민 정부, 참여정부의 전직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런 공과 없이 나라를 망쳐 놓기만 하고 훌쩍 떠나버린 대통령들이라면, 나 문재인은 가장 큰 중죄인이요 사약을 받아 마땅하리라.

우리 민족이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남한의 존재감이 북한사람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살아 있어야 하고 우리 역시 북한의 존재감이 항상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불씨처럼 살아 있어야 한다.

북한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불쑥 나오는 생각이 김정일, 김정은만 연상하지만, 무심코 흐르는 대동강, 하찮은 풀 포기들 명사십리의 수없는 모래알, 별 볼일 없이 굴러다니는 제 맘대로 생긴 돌멩이들, 고난의 행군에 지친 배고픈 사람들, 이 모두를 통틀어 북한이라고 부른다. 우리 모두 김씨 가문에 눈이 가려 가슴 아픈 우리 북녘의 진정한 존재를 잃어가는 “우”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두 거인이 떠난 후

두 거인 떠난 자리엔 텅 빈 큰 가마솥엔 뜨거운 맹물만 요란하게 끓고 있었다. 빼앗긴 정권을 되찾자는 기라성 같은 인사들만 우글거렸지만, 선뜻 누구 하나 끓는 물에 뛰어들어 자기의 살과 뼈를 녹이는 자 없었고 우리는 고작 끝도 없이 두 대인들의 뼈만 우려먹는 싸구려 군더더기 식객이었을 뿐.

나 문재인은 이제 펄펄 끓는 이 가마솥 앞에 초췌하게 서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을 지낸 내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 했던 나의 친구, 나의 동료 노무현. 그는 저 세상으로 홀연히 떠나고 없고, 나는 그 철학 속에서 맴돌며 그의 서재를 정리하듯 내 마음을 정리해 본다.

나는 한동안 그가 떠난 후, 대통령의 직위에서 봉화마을 이장으로 모셔간 이기적인 사람들 앞에서 무기력했던 나를 끝도 없이 탓하고 부끄러워했다.

돌아가신 역대 대통령의 혼령들이 아침마다 현충원에서 나라 걱정하며 차를 마시는 그 빈자리에 다시 모시고 싶다. 소중한 나의 친구를 다시 찾고 현충원으로 모셔와 진정한 그의 복권을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

그의 영혼과 존재의 소유권은 가족도, 봉화마을도 아닌 국가의 진정한 재산이기에……

나는 감히 공약이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은 함께 만들어야 할 모두의 명제이기에.

대한민국의 영원한 3대 악의 축, 당쟁, 부패 그리고 크고 작은 지자체의 土侯(토후)들

큰 가마솥 앞에 숙연히 서 있는 나.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고 바로 서서 기다리자.

안철수 원장의 마음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