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미국직장 도전기(上) 이건 전쟁이야
by 부산갈매기 | 11.05.25 23:27

Y씨의 전격 해고후 발표된 새로운 직원 조직표(組織表)!

그것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핵심과제(核心課題)로 삼고 있는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미국지사 직원과 영국지사 직원이 6:4의 비율로 섞여 있었는데 다행히 내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난 영국지사 소속인 Cliff Dixson 이라는 전기기술자와 한 팀이었다. 우리 회사는 미국지사와 영국지사, 혹은 싱가포르지사 직원들이 근무지에 상관없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때문에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팀을 이루기도 한다.

새 조직표가 발표되자 직원 간에는 희비(喜悲)가 교차되고, 몇몇 직원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휴가를 신청한 뒤 출근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Process Engineer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이후로 우리 팀 직원과 대화를 단절해 버렸다. 이유인즉 이 중요한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그동안 많이 헌신했는데 이번에 발표된 조직표상의 Manager가 자기가 아니고 우리 팀의 팀장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 팀과는 거의 한 가족이나 다를 바 없이 지낸 사이였다. 매일 긴밀한 업무협의(業務協議)는 물론, 아주 좋은 유대관계(紐帶關係)를 맺고 매주 금요일 점심식사와 매월 금요일 퇴근후 음주파티를 즐겼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냉정하게 단절해 버렸다.

일주일쯤 지나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금요일 퇴근 후 자주 가는 Black Thorn에서 내가 한잔 쏘겠다. 아직 우리 팀장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승낙하면 모두에게 연락하겠다. 맥주한잔 하면서 다시 우리 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持續)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너의 제안은 고맙긴 한데 그렇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튿날 우리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전까지 B씨와 가족동반으로 놀러도 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전화와 이메일로 친하게 지냈는데 조직표 발표이후 B씨 가족과의 관계가 한꺼번에 끊어졌다고 한다. 팀장은 “이 조직표는 지사장 J씨가 결정한 것인데 왜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팀장 말로는 조직표 발표직후 지사장 사무실에서 직원회의가 있을 때 B씨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두 주먹으로 책상을 꽝!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고 했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B씨와 우리 팀과는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로 남아 있다.

 

▲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Y씨가 해고당하는 날 저녁 함께 한 술자리에서 그가 말했듯이 난 미친 듯이, 목숨 걸듯 지난 3년 6개월을 일했고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다. 회사를 위해서인지 나 자신을 위해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렸는지 손가락 마디마디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반창고를 붙이고 일을 해야 했다.

하루에 수없이 전달되는 업무용 이메일을 처리해야 하고, 수백 페이지가 넘는 프로젝트의 사양서(斜陽書)를 읽고 이해한 뒤 Client가 원하는 기술계산서를 작성하고 계산된 규모의 용량을 기준으로 캐드 도면을 그려야 한다. 필요한 수많은 자재들을 회사에 비치된 카탈로그나 인터넷으로 하나하나 검색(檢索)하고 국제표준규격(國際標準規格)에 적합한지 우선적으로 확인한다. 이어 적당한 용량과 사이즈를 결정하고 여러 가지 유사모델을 대상으로 가격을 비교해서 최종 선택된 자재를 대상으로 List를 작성하고 자재관리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입력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입력이 완료되면 프린트해서 다시 단어와 수치가 정확한지 Item 하나하나를 꼼꼼히 재확인 한 뒤 이상이 없으면 구매부(購買部)로 구매 요청한다. 컴퓨터 입력과정에서 실수(失手)나 오류(誤謬)를 범하면 다른 주(州)에 있는 우리 회사 소속의 프로그램 담당자가 즉시 그 담당자와 담당자의 Manager에게 틀린 내용과 향후 주의하라는 경고의 이메일이 온다.

요청한 자재(資材)가 입고(入庫)되기 전에 Shop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제품제작(製品製作)에 앞서 도면을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도면 작성을 완료해야 하고 완성된 각종 관계 도면들을 넘겨주어야 하는데 작성과정에서 실수하거나 누락(漏落)된 자재가 있을 경우 Shop에서 난리가 나며 매주 개최되는 주간회의(週間會議)에서 실수한 직원에게 문책(問責)을 가하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제품을 Shipping하는 것으로 1단계 업무는 끝나게 되며, 2단계 업무는 세계 각국의 현장에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제품이 설치(設置)되는 과정과 시운전(試運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제품이 설치되는 현장은 우리 회사에서 출장가는게 아니고 영국지사에서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지사 직원들은 현장의 사정을 정확히 판단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 해결에 애로사항이 많은 건 당연지사이다.

제품 설치 및 시운전을 위해서 현장에 파견되는 직원을 Commissioning Engineer라고 하는데 이 직원은 미국지사에서 작성한 도면을 기준으로 하며 도면이 미흡하거나 실수가 있을 경우 차갑도록 비난하는 이메일을 Project Manger, 담당 Manager, 담당자와 관련되는 모든 직원에게 보내기 때문에 곤욕(困辱)을 치르게 된다. 창피와 문책을 당하는 것도 그렇지만 현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점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단시간내 보완된 도면을 보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하여 현장의 작업이 완료되면 마지막 3단계 과정은 Client가 Project 시방서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완성된(As- Built) 모든 도서를 지정한 크기와 규격으로 정리하여 Project Manager에게 넘기는 걸로 끝나게 된다. 이 모든 과정들이 대부분 컴퓨터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

 

이민 3년차인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해되지 않은 영어문장을 열 번 넘게 읽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으면 백지에 수없이 써가면서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래도 해석이 되지 않는 문장은 메모를 했다가 퇴근 후 미국인 친구한테 전화를 해서 부연설명(附椽說明)을 부탁하며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 살아가야 했다.

복잡한 자동제어(自動制御) 회로(回路)를 얼마나 골똘히 생각했던지 근무시간에 심한 현기증과 두통을 앓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중에는 만성 두통이 되어 약물로는 치료효능이 없어 마음수련원을 찾아가서 치료법을 배우고 참선을 병행하니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요즘은 가끔씩 나가는 원각사(圓覺寺)에서 어느 요가 강사가 알려준 두통치료법을 매일아침 일어나자마자 하고 있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下편 계속>

by 한동신 2011.05.26 18:14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부산갈매기'가 나는 뉴욕, 힘든 날갯짓에도 보이는 찬란한 희망, 그래서 우리도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도 다시 일어 서는 용기를 배웁니다.
by 안삼석 2011.05.27 06:45
《Re》한동신 님 ,

  감사합니다. 
  근데 살아갈수록 미국땅이 왜이리도 싫은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by 민지영 2011.05.27 12:01
우리가 어디서 있든 바로 그 자리가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그 곳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용기와 굴하지 않는 패기로 어려움을 극복
하시는 모습을 뵈면서, 저또한 열심히 살면 희망찬 미래를 보장할 거라는 것에 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찬란하게 펼친 날개로 훨훨 멋진 비상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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