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손녀’ 주장 리제트 리 구치소 인터뷰 실패기
by 안치용 | 10.12.21 12:42

이 글은 연말쯤 공개할 마음으로 지난 11월 중순 작성해둔 글입니다. 앞으로도 삼성가의 딸이라는 리제트 리의 주장이 과연 진실인지 거짓인지 계속 밝힐 것을 다짐하며 아쉬운 인터뷰 실패기를 올립니다.

리제트 리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구치소(拘置所)로 와달라는 직접 연락을 받고 오하이오로 달려갔으나 그녀의 심경변화(心境變化)로 면회는 끝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지난 10월 리제트 리에게 편지를 보냈다가 반송(返送)되는 우여곡절(迂餘曲折)끝에 지난 10월 5일 스포츠서울닷컴과 함께 오하이오 콜럼부스를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직접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을 편지를 통해 알렸습니다.

이에 대해 리제트 리는 지난 11월 1일 오후 배달된 편지를 통해 통해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직접 보내왔습니다.

리제트 리가 저의 집으로 보내온 편지는 델라웨어카운티 구치소 주소가 적혀 있었고 10월 28일자 소인이 찍혀 있었으며 11월 1일 오후 1시쯤 집에 배달됐습니다.

 

리제트 리(작은 사진)는 ‘Dear Chi Yong’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서 “당신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하겠다. 오하이오로 와서 면회신청을 해달라, 그리고 나의 Assistant(조력자 또는 비서)에게 연락해 날짜와 시간을 알려달라. 나의 가족과 나는 매우 비밀스런 사생활을 갖고 있다. 당신이 이 결정을 존중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연필로 차곡차곡 사연을 적었습니다.

 

저는 리제트 리의 결심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11월 6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면회를 하기로 하고 구치소에 면회를 신청, 11월 6일 오후 6시 30분 면회를 허가받았습니다.

또 그녀의 Assistant 에게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이 내용이 사전에 알려질 경우 인터뷰가 무산될 것을 우려, 전화사용을 자제하는 등 비밀리에 모든 것을 추진(推進)했습니다.

그뒤 오하이오 콜럼부스행 항공편과 차량, 숙박등을 예약한뒤 질문지를 작성하고 이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11월 4일 오후 4시 그녀의 비서가 전화를 걸어와 “방금 리제트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면회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변호사로부터 ‘가족관계를 지금 기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재판에 도움이 안된다, 인터뷰 하지 마라’는 충고를 받았다고 한다. 리제트가 갈등(葛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직접 편지로 연락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한 리제트 리의 의사를 존중, 인터뷰를 강행(强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1월 6일 오전 9시 50분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 11시 50분 오하이오 콜럼부스 공항에 도착, 숙소로 직행해 인터뷰 준비를 마무리 한 뒤 오후 5시 델라웨어카운티 구치소에 도착, 주차장에 대기하며 혹시 리제트 리에게 누가 면회를 오는 지를 지켜봤습니다

오후 6시 10분 델라웨어카운티구치소 내부로 들어가 6시 30분 면회자라고 말하자 구치소측의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뒤 우여곡절끝에 6시 45분쯤 면회가 허용돼 A4 면회실로 안내됐습니다.

구치소측은 “면회신청때 제시한 당신의 소셜시큐리티번호가 당신과 일치하지 않아 면회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그렇지 않다. 내 소셜시큐리티번호가 나와 일치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항의, 재확인끝에 면회자격을 부여(附與)받았습니다.

지금도 왜 구치소측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A4 면회실에서 앉아 초조하게 리제트 리를 기다렸으나 1분여 뒤 구치소측은 리제트 리가 “매우 미안하다, 오늘 면회를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전해달라”며 면회를 거절했다고 통보했습니다.

구치소측에 뉴욕에서 왔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그녀의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리제트 리가 감방을 나서다가 ‘매우 미안하다(So Sorry)’ 는 말을 전해달라고 면회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뒤 다시 돌아갔다”며 A4 면회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해 구치소 인터뷰는 결국 무산(霧散)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하겠다, 이 결정을 존중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인터뷰 의사를 직접 전했던 리제트 리, 무엇이 그녀를 망설이게 했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왜 중범죄인 마약범죄에 가담하게 됐는지, ▲위조논란이 일고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발견된 편지는 누가 작성했는지, ▲위조라면 자신이 직접 위조했는지,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는 그녀와 가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비밀스런 이야기는 무엇인지 등을 직접 들어보려 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기자를 만나 가족관계를 털어놓는 것은 재판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변호사의 충고, 과연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득이 될 것인가 등 많은 생각속에서 인터뷰 거부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리제트 리의 고뇌가 이해될 것도 같습니다.

지난 10월 5일 델라웨어카운티 구치소에서 리제트 리를 변호하는 제임스 오웬 변호사를 만났을 때 오웬 변호사는 “리제트 리는 코린 리의 딸이며 코린 리는 이병철 회장의 딸이다, 그러나 코린 리의 어머니와 이병철 회장은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0월 26일 리제트 리의 이모 이진미 씨(코린 리와는 이복자매)는 연방판사 앞에서 선서한 뒤 “리제트 리는 코린 리의 딸이며 코린 리는 이병철 회장의 딸” 이라고 증언(證言)했습니다.

이날 리제트 리의 남자친구 크리스챤 나바로 역시 연방판사 앞에서 선서한 뒤 “리제트 리가 코린 리와 요시 모리타 씨의 딸이 맞다, 리제트 리와 함께 생부인 코린 리와 요시 모리타를 만났었다”며 리제트 리의 생모가 코린 리라고 진술(陳述)했습니다.

리제트 리가 밝히려고 했던 자신과 가족의 은밀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구치소내에서까지 직접 연락을 취하며 털어놓으려 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실패한 인터뷰는 많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그날밤 호텔로 돌아와 즉각 다시 편지를 보냈지만 아직 답장이 없습니다. 이제 리제트 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 2월 첫 재판쯤에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마약운반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리제트 리는 그녀와 가족들의 주장대로 삼성 이병철 회장의 손녀인가, 아니면 이병철 회장의 손녀를 사칭(詐稱)한 사기꾼인가.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요.

앞으로도 계속 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실패한 인터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으며 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습니다. 사실 11월 2일 구치소측과 통화했을 때 구치소측은 11월 3일 수요일 저녁과 11월 6일 토요일 저녁 등 두 가지 일정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혼자 가기보다는 1명의 증인을 데려가고 싶었기에 그 다음날인 3일 수요일을 택하지 않고 11월 6일 토요일을 택했습니다.

결국 시간여유가 있는 증인을 찾지 못해 11월 6일에도 혼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처음 생각은 제3자 한명과 동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수요일 갔다면 인터뷰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증인이 없다면 그 인터뷰 또한 의미가 반감(半減)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일한다면 망설임없이 둘이서 수요일 면회를 가서 인터뷰를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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