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제 코로나지옥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by 장기풍 | 21.05.17 11:32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마흔일곱 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들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지가 앙상하던 숲속 길은 울창한 녹음과 무릎까지 자란 고사리와 야생초로 그야말로 밀림으로 변해갑니다. 해변에도 양지바른 곳에서는 벌써 빨간색 해당화(海棠花)가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지옥이던 미국도 정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습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13일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흥분되고 강렬한 순간이라며 코로나 백신접종을 끝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는 단서는 붙였지만 백신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대규모 군중이 모인 실외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스크에서 해방되고 정상적인 경제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를 주는 흥분되는 선언입니다.

 

 

이와 함께 9월부터는 대부분의 각급학교가 정상수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과 함께 시행에 따른 혼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당장 워싱턴DC 연방정부기관끼리도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백신 완료한 직원들에게 업무 중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마스크를 벗도록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모두 백신을 맞았느냐"면서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또 공공시설이나 영업장소, 거리에서는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아닌지를 가릴 방법이 없습니다.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국민들도 수 천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도 마스크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 같을 것입니다.

 

미국은 14일 현재 전 인구의 80%27천만 명이 1차접종을 끝냈고 2차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도 12천만 명으로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12세 이상 청소년도 예약 없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일 3~4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수백 명 단위의 사망자가 집계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 많은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주저하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바이든정부 임기초반의 커다란 성공이자 전 세계 코로나 팬데믹의 큰 전환점을 가져 올 것임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자국의 코로나를 제어하면 바이든이 표현한 것처럼 세계의 백신무기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백신접종한 사람들에 대한 마스크 새 지침이 발표된 다음 날 해변의 풍경은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해변에는 마스크 쓴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섭씨 20도 내외로 아직까지는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백사장에는 거의 벌거벗은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일광욕(日光浴)을 즐기고 있습니다. 확실히 서양 사람들은 우리네와는 체질이 다른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해변에는 피서객들로 혼잡할 것이 눈에 선합니다. 지난 1년 반 억압되었던 것에서 해방되는 순간 자칫하면 또 한 차례의 고비를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코로나지옥에서 속히 벗어나야 저도 벗님들께 보내는 편지에서 지옥을 던져버리고 우울한 소식 대신 밝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인들에 대한 증오는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의 아시아인들의 공헌을 강조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합니다. 한편 코로나 확산과 인종혐오 현상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평가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재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 국민들에게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펴왔는데 주요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들이 트럼프의 반복되는 가짜뉴스와 선동내용을 이유로 계정을 영구폐쇄한 바람에 마땅한 소통수단이 없는 형편입니다. 이에 트럼프는 자체 사이트를 설립하겠다고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또한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열성지지자들의 활동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난데없이 한국과 관련된 음모론이 등장했습니다. 내용은 대선직후 한국에서 가짜 투표용지를 실은 비행기가 미국에 도착해 개표에 합산됨으로써 부정선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지만 현재까지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매리코파 카운티에서는 지난 대선개표에 대한 주 상원의 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애리조나주는 당시 조 바이든이 0.3%1만여 표 차이로 트럼프에게 간신히 승리한 곳으로 대선 후 수작업 재검표가 이뤄지고 주지사의 바이든 승리 인증까지 마친 곳입니다. 그 후 두 차례 감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나오지 않았지만, 공화당이 다수 의석인 주 상원이 이번에 모든 투표용지와 개표기에 대한 전례 없는 소환장을 발부함에 따라 상원의 추가감사가 시작됐다는 보도입니다. 이 감사에서 한국에 대한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알면 알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나라입니다. 극단적인 우익과 극단적인 좌익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 집회에는 어김없이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깃발과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깃발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들은 물론 백인우월주의자들입니다. 이러한 극에서 극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구성에서 세계 초대강국을 이룬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벗님여러분, 다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다가오는 하절기에 특히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1515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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