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은 미국인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by 장기풍 | 22.02.08 19:45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쉰일곱번째 편지

 

 

벗님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 연휴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대부분 먹고 살기 바쁘고 모든 직장도 정상근무이기 때문에 설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다만 카톡으로만 설 인사를 주고받는 형편입니다. 저는 교회전례에 따라 설날 새벽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과 장모님 그리고 일가친척과 저의 삶에 많은 교훈과 지혜를 남겨주고 돌아가신 어르신들과 먼저 세상을 떠난 친지들을 기억하면서 위령의 기도를 제사대신 드렸습니다. 그러나 중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학군별로 음력설(Lunar New Year's Day)이라고 공립학교가 쉬는 곳도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동부지역 독일계 이민자들의 전통인 그라운드호그 데이행사가 열렸습니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행사를 주관한 지방검사는 동물원 털북숭이 두더지를 들어 올리면서 신사숙녀 여러분 기상학자그라운드호그 ''이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올해는 봄이 빨리 오겠다는군요.”라고 알렸습니다. 하긴 속히 봄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에서는 설 연휴인 2월 첫 날 뉴욕에서는 2-3피트(60-90센티) 폭설로 뒤덮여 저도 2~3일에 걸쳐 눈을 치우느라 온 몸이 뻑지근합니다.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는 같은 지역이라도 타운에 따라 적설량이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사는 타운은 2피트 정도지만 동쪽지역에는 3피트가 넘는 곳도 있다는 보도입니다. 한국동포들이 밀집한 플러싱에도 1피트 이상 눈이 쌓였습니다. 제 자동차는 눈에 뒤덮여 이틀 만에야 간신히 꺼낼 수 있었습니다. 예전 한국에서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속설(俗說)이 있는데 올해 이곳에서도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코로나는 오미크론이 80% 가까운 우세종으로 확실히 굳힌 가운데 누적확진자는 미국인구 4분의1에 해당되는 7,80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925천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오미클론은 중증이나 사망으로 이르는 비율이 무척 낮기 때문에 저의 경우처럼 감기 정도로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합친다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를 경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저의 부부도 코로나 초기에 한 번 경험한데 이어 오미크론까지 경험했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주변에도 이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특히 자가 검사세트가 보급되면서 스스로 진단하고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 더해 연방정부에서는 자가 검사세트를 가구마다 4세트씩 무료로 대량 발송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미국에서는 일상화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L.A카운티 경우 인구 397만에 누적확진자 1315, 사망 24,800명으로 한국 전체 확진자의 1.35배에 달하고 사망자는 한국전체의 3.6배가 넘습니다. 인구비례로 따지면 L.A의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한국의 50배가 넘는다는 계산입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일상을 불평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새삼 한국의 K방역이 놀랍고 자랑스러운데 한국 언론보도를 보면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방역지침 준수를 당부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정부가 방역을 실패한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방역일선에서 애쓰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들 모두에게 죄송스러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

 

폭설 뒤 이틀 맹추위가 닥치더니 다시 며칠 따뜻합니다. 오랜만에 목적을 가지고 겨울바다를 찾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비둘기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1월 폭설 후 평소 다니던 바닷가를 찾았는데 비둘기에 모이를 단골로 뿌려주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 비둘기들이 눈 녹은 물로 허기를 달래는 것이 측은하게 보여 다음 폭설 때는 너희들 먹이는 내가 책임지마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5파운드 정도 남은 야생조 모이를 싣고 갔는데 웬일인지 많던 비둘기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지붕에 있던 비둘기 네 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와 모이를 쪼는데 두 마리가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잠시 후 10여 마리를 데리고 와 함께 모이를 쫍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입니까. 순식간에 2백 마리는 됨직한 비둘기들이 날아와 사이좋게 모이를 쪼아댑니다.

 

제가 비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먹이를 놓고 다투는 갈매기들과 달리 비둘기들은 오히려 먹이가 있는 곳을 동료들에 알려주고 사이좋게 함께 먹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비둘기는 철저한 일부일처제와 보스를 중심으로 집단생활하는 높은 지능의 조류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선과 조개 등 일종의 육식 조류인 갈매기는 자기들끼리 먹이를 두고 다툽니다. 심지어는 잠수해서 잡은 물고기를 물고 가는 갈매기를 다른 갈매기가 공중에서 잽싸게 날치기하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텅 빈 주차장 한쪽은 짙은 회색의 비둘기 떼, 다른 한쪽은 흰색의 갈매기 무리들이 커다란 태극무늬를 그리며 앉아 있는 것을 보면 흑백갈등이 심한 미국의 인간사회보다 좋게 보입니다. 이곳 미국도 한국 못지않게 민주당, 공화당의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합니다. 인종갈등, 정치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이지만 연방정부제도의 장점인지 모르겠지만 사회는 무관심한 채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벗님여러분, 지난 3일은 입춘(立春)이었습니다. 이제 봄도 머지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도 서서히 막을 내릴 조짐을 보입니다. 모두 움츠렸던 긴 팬데믹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 희망으로 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02227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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