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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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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면허로 바꾸다

진짜가 필요해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5-19 (토) 22: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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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DMV를 갔다. 미주리 주 면허를 뉴욕주 면허로 바꾸기 위해서다. 아내가 성경 모임이 있어 칼리지포인트에 있는 DMV 근처에 나를 내려주고 갔다. 이곳은 자마이카 DMV 보다 붐빈다. 고속도로 옆에 있고 자체 유료 주차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 모양이다. 차를 안 가지고 가는 경우에는 자마이카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도 적고 직원들도 좀 더 친절하다. 볼 일은 5분도 안 돼 끝났다. 종이로 된 임시 면허증이 아닌 플라스틱 카드 면허증이 필요하단다. 아직 플라스틱 면허증은 회사로 오지 않았다.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비가 다시 내렸다. 아침부터 비가 왔는데 잠시 그친 상태였다. DMV 옆 델리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켰다. 네이슨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알려줬다. 피츠버그로 운전해 가고 있었다. 내일 다시 화물을 받아 뉴욕 근처로 오게 되면 만날 약속을 정하자고 했다.

 

비가 다시 그친 틈을 타서 아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운동도 되고 좋다. 가다보니 차량을 운반하는 트럭이 고가도로 아래 유턴 지점에서 끼어 꼼짝달싹을 못 하고 있었다. 대박 사고다. 2차선으로 된 바깥 쪽으로 돌아야 하는데 1차선으로 된 안 쪽으로 돌다 그리 된 것이다. 이 곳 지리에 대해 경험이 없는 모양이다. 차량 운반 트럭은 바닥이 아주 낮다. 그래서 철도 건널목 건다가다 바닥에 걸리는 사고도 생길 수 있다. 트럭 운전사는 차체 훼손(毁損)을 감수하고 분리턱을 넘는 방법을 선택했다. 트럭 차체도 손상이 있지만 분리턱도 훼손됐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는 저런 상황을 만나지 않길.

 

쇼핑몰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도착해 옆좌석에서 아내 모임이 끝나길 기다렸다. BJ's에서 필요한 물건을 산 후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었다. 도서관에서 글쓰기에 대한 책 몇 권 빌렸다. 저녁 식사 후에는 빨래방에 갔다.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근처 초등학교 옆 공터를 산책했다.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께 카톡 화상통화를 걸었다. 걱정이 많으셨을 것이다. 무사한 내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다. 자주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내 후년이면 어머니 8순이다. 그때 다시 뵐 수 있을까. 아버지 8순 때는 찾아 뵙지 못했다.

 

오랫만에 한국 영화를 봤다. 사라진 밤. 외국 영화 원작이 있다. 리얼리티는 떨어지지만 영화적 구성만 보자면 탄탄하다. 반전도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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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힘

 

 

집에 온 지 나흘만에 다시 길을 나섰다. 집 앞에서 맨해튼으로 바로 가는 QM5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에 $7.50 정도 남아 있었을텐데 기사가 $1.50을 더 내라고 했으니 요금이 $9.00 정도 되나 보다. 아내가 동전을 미리 챙겨주었기 망정이지. 6th Ave & 42nd St에서 내려 두 블락을 걸어갔다. 음식을 비롯해 짐이 늘어나 무거웠지만 캐리어를 이용해 끌고가니 수월했다. 캐리어를 사용하라는 것도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여러모로 아내 덕을 봤다. 어제는 손수 머리까지 깔끔하게 깎아줬다. 미용사 솜씨 못지 않다.

 

포트 오서리티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114번 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도중에 자동발권기에서 요금을 확인하고 $7.00짜리 버스표를 구매했다. 버스를 타려는데 버스기사가 영수증이 아닌 티켓을 달란다. 뭔 소리인가 싶어 봤더니 내가 발권기에서 가져온 것이 영수증이었다. NJ Transit을 평소 타보지 않아 구분을 못 했던 것이다. 서둘러 다시 한 층을 내려가 발권기로 뛰어 갔으나 어느 발권기인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한참 지나 남아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다시 버스표를 끊었다. 승강장에 돌아가니 버스는 떠나고 없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매사에 정신 차리라는 경고로 받아 들였다. 다행히 다음 버스는 30분 후에 출발했다. 그 이후로는 1시간 간격이었다.

 

버스를 타고 맨해튼을 벗어나니 네이슨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이 좁고 번잡한 곳이라 차를 세워둘 수 없다며 내릴 때 전화하라고 했다. 내릴 곳을 지나칠까 구글맵과 버스 전광판을 번갈아 확인했다. 내린 곳은 유니온 시청 앞이었다. 네이슨에게 전화를 해 위치를 알려줬다. 구글맵 위치 사진도 보내줬다. 네이슨은 아직 짐을 내리는 중이었다. 그곳까지 걸어가기는 멀고 택시를 탈까 생각했다. 잠시 후 네이슨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은색 캠리를 타라고 했다. 우버를 불러준 것이다. 어디 있는데? 차가 보이지 않아 택시 기사와 3자 통화를 해서 만났다. 뒷좌석에는 여자 손님이 있었다. 우버 카풀 서비스였다. 요금이 저렴했다. (이틀 전 중국마트에서 만난 Y집사님은 콜택시를 모는데 벌이가 나빠 전업을 생각 중이라며 트럭 운전에 관심을 보였다.)

 

건물 뒤로 돌아가 트럭에 앉아 있는 네이슨을 만났다. 공간이 몹시 좁았다. 어떻게 닥킹을 했냐고 물으니 이렇게 저렇게 했다고 알려준다. 네이슨은 피츠버그 이후에 위스콘신 주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내가 머리를 자른 것은 못 알아 봤다. 둔한 친구 같으니.

 

트레일러를 세척(洗滌)하러 가는 중에도 네이슨의 강의는 계속 됐다. 그동안 많이 심심했나 보다. 다음 화물을 받기 전까지 머물 곳을 찾아 뉴왁(Newark)의 한 트럭스탑에 들렀지만 작은 곳이라 빈 공간이 없었다. 9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는 중에 화물이 배정되었다. 내일 오전 뉴왁에서 받아 모레 새벽까지 일리노이 주로 가는 일정이었다. 예정했던 곳으로 가다말고 95번 도로 상에 위치한 휴게소로 들어갔다. 트럭 주차장도 있었다. 빈 자리는 없었다. 트럭에 사람이 타고 있지도 않았다. 뉴욕, 뉴저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여기에 트럭을 대놓고 주말을 보내러 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나중에 솔로로 운행할 때 이용해 봄직하다. 주차선이 그어진 곳은 아니지만 차량 통행에 방해가 안 될만한 곳에 트럭을 세웠다.

 

내가 가져간 신라면 컵라면에다 햇반, 김치를 곁들여 늦은 식사를 했다. 네이슨은 콧물을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다음 번에는 김 맛을 보여 주겠노라고 예고했다. 뉴욕에는 이틀 정도 머물려고 했는데 닷새째인 오늘도 권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뉴욕의 인력(引力)은 강하다. 저 멀리 맨해튼 야경이 환하다.

 

 

김맛을 보여주다

             

오늘 싣는 물건은 식품이다. Hello Fresh라는 회사의 제품이다. 인테넷에 검색해보니 가정에서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정기적으로 배달한다. 뉴저지 주 뉴왁에서 일리노이 주 호지킨스(Hodgkins)UPS 물류센터로 내일 새벽 5시까지 도착하면 된다.

 

낮동안 저녁 운전을 위해 침대칸에서 잤다. 나중엔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중간에 꿈을 꾸었다. 지진이 일어나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원래는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꿈이라 그런지 웬지 건물 안에 있어야 안전할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다른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던 사람들이 떨어진 파편을 맞고 다쳤다. 보통 지진은 얼마 후에 멈추는데 이 지진은 멈출 기색이 없이 계속 흔들렸다. 내가 있는 건물도 얼마나 버틸 지 알 수 없었다. 깨어보니 달리는 트럭의 진동(振動)이었다.

 

중간에 주유소에서 햇반에 김치와 김을 곁들여 먹었다. 네이슨에게도 맛을 보여줬다. 스시는 먹어 봤지만 시위드(sea weed)만으로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며 감탄했다. 이 김은 광천김인데 아내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먹어 본 김 중 가장 낫다고 했다. 네이슨 집에 갈 때 선물로 가져가도 좋겠다.

 

오후 5시가 되어 운전을 교대했다. 6시 교대지만 빨리 출발하면 그만큼 빨리 도착하니 상관 없다. 운전 중에 김치 냄새가 나서 병뚜껑이 열렸나 싶었는데 네이슨이 샌드위치에 김치를 넣어 먹은 것이었다.

 

네이슨은 트레일러 내부에 화물을 지지대로 고정시키는 법과 회사에 전화로 라이브 로딩하는 법, 배송처 입구에서 인터폰으로 화물 도착 고지 및 출입 승인 받는 법 등을 내가 직접 하도록 시켰다.

 

운전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가 막판에 코너링 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을 받았다. 공사현장을 지날 때 급차선 변경 시에도 천천히 달리라고 했다. 다른 트럭들은 나보다 훨씬 빨리 달리는구만. 그래. 안전이 제일이지. 천천히 달리면 나도 마음 편하다.

 

UPS에는 새벽 2시경 도착했다.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라는데 공간이 없어 한참 돌았다. 끌고간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빈 트레일러를 연결했는데 몸체에 길게 긁어 벌어진 상처가 있었다. 내부의 단열재가 노출됐다. 사용할 수 없는 트레일러다. 회사에 보고한 후 다시 떼어놓고 나왔다. 근처 도로 길어깨에 트럭을 세워 놓고 잠을 잤다. 빈 트레일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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