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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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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서 사람으로

내마음을 사로잡은 삽브로스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9-26 (수) 12:00:10

       

530분에 일어났다.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라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월마트에 갔다. 주차장 자체는 넓지만 트럭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필요한 식품을 샀다. 고구마가 있어 많이 안 사도 되는데 눈에 띄면 카트에 담게 된다.

 

오늘은 종일 달리는 날이다. 글렌이 몇 시에 도착하냐고 물어왔다. 여유있게 계산해 저녁 9시에 도착한다고 했다. 정오경 문자가 들어왔다. 배달 시간이 내일 오전 6시로 잡혔다. 월마트는 컨펌 번호까지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컨펌 번호도 같이 왔다. 작전 수정이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서 자고 새벽에 출발이다. 배달처 20마일 떨어진 곳에 러브스 트럭스탑이 있다. 100대 주차라니 규모도 제법 크다. 샤워도 하고 잘 됐다.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이거 허리케인의 후폭풍인가? 날씨앱으로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동부지역에 짙은 구름이 끼었다. 오하이오 서쪽부터는 맑았다. 76번 도로로 서쪽으로 달렸다. 76번 도로는 80번 도로로 연결되고, 80번 도로는 90번 도로와 한동안 겹친다.

 

오후 7시경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자리 여유는 많았다. 고구마를 잘라 전자레인지에 10분 정도 돌리니 먹을만 했다. 맛이 좀 심심하지만 김치랑 곁들이니 괜찮다. 한동안 고구마 다이어트를 하게 생겼다.

 

샤워하면서 면도도 했다. 이번에 워낙 바빠 집에 가서도 면도를 못 했다. 면도 하니 이제 좀 사람꼴이 나온다.

 

 

 

091518 순식간에 젊어지기.jpg

 

 

낮인데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다

 

 

새벽 430분 알람에 기상. 리퍼 연료 채우고 나니 10시간 휴식 리셋됐다. 배달지까지는 30분 남짓 걸린다. 월마트 닥킹은 쉬운 편이다. 수련기간 중 네이슨과 처음 갔던 월마트만 유독 복잡하고 정신 없었다. 그 때문에 나쁜 인상이 오래 남았다.

 

트레일러 세척도 할 겸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다. 블루 비콘(Blue Beacon), 유명한 트럭 세차 전문 프랜차이즈다. 365, 24시간 영업이라 편리하다. 그만큼 찾는 트럭도 많다.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보통이다. 오늘은 2시간을 기다렸다. 세차 베이가 하나 뿐이었다. 알았으면 옆의 다른 세차장을 갔을 것이다. 한번 진입로에 들어서면 나갈 수도 없다. 심하게 더러운 것도 아니어서 빗자루로 내가 쓸어냈어도 될 정도였는데. 기다리는 중에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시간이 애매하다. 빨리 세차를 하고 나가야 되는데. 세차비는 카운터에 트럭, 트레일러 정보를 알려주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 PO 번호를 받는다. 나중에 회사가 세차장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오늘따라 프라임 전화가 계속 통화중이다. 바쁜데 가지가지 한다. 다음 트럭이 들어오도록 통화가 안 된다. 간신히 통화가 돼 결제를 마쳤다. 급히 가야 한다.


0918 낮인데 자리가 없네.jpg

 

발송처에 도착해 드랍앤훅으로 트레일러를 교체해 나왔다. 출발 전에 라이브 로드 콜을 하는데, 통화 연결이 잘 안 된다. 일단 출발했다. 전화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업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유 예정인 트럭스탑까지는 가야 한다. 거기서 쉬고 새벽에 출발해야 아침 배달 일정을 맞춘다.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주유를 하려니 트레일러 번호가 안 먹힌다. 새 트레일러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라이브 로드 콜이 이래서 필요하다. 몇 번 시도해 통화가 됐다. 설정 온도와 트레일러 번호 등 필요한 사항을 업데이트 했다. 그 후에 주유(注油)가 가능했다. 그런데 아직 오후 5시 좀 넘었는데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다. 어찌 이런 일이. 시간은 30분 남았는데. 여긴 밥테일 트럭이 왜 이리 많이 주차했는지 모르겠다.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로 향했다. 3마일 정도로 멀지 않다. 도착하니 15분 남았다. 놀랍게도 자리가 있었다. 이곳은 2열로 대는 곳이다. 지난 번 뒷줄에 댓다가 빠져나온다고 된통 고생한 기억이 있어, 아예 앞줄에 댔다. 트럭스탑이 어찌된 일인가 생각해보니 이곳이 시카고 바로 남쪽이다. 대도시 주변 트럭스탑은 거의 이렇다. 밤낮 없이 자리 찾기가 어렵다.

 

240마일 남았는데 배달 시간은 오전 7시다. 10시간 휴식을 다 채워서는 제 시간에 도착 못 한다. 아까 세차장에서 서두른 이유다. 오랜만에 8/2 스플릿을 쓸 타이밍이다. 8시간을 침대칸에 있으면 출발할 수 있다. 그게 새벽 2시다. 어제 사용하지 못한 시간이 6시간이 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문제 없다. 배달처에 도착해 짐 내리면서 2시간 휴식을 채우면 된다.

        

 

삽브로스 (Sapp Bros)

 

 

오전 2시 출발. 가는 중에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아 드디어 나도 운전 중에 심장마비로 가는구나. 그런데 심장은 왼쪽에 있잖아. 나는 가슴 중앙, 그러니까 명치가 아프다. 급체(急滯)인가? 길가에 세워야 하나? 호흡으로 조절하며 참고 달렸다. 배달처에 도착하니 괜찮아졌다. 이게 무슨 조화냐?

 

아메리콜드. 내 앞에는 트럭 한 대가 있었다. 사무실은 7시에 문을 연다. 7시에 가니 서류를 주며 20번 닥에 대고 파란불 들어오면 가도 좋단다. 여러 배달처 다녔지만 이렇게 느슨한 곳은 처음이다. 정문 검사도 없고, (seal) 검사도 안 하고, 심지어 물건을 내리기도 전에 서류를 먼저 주다니.

 

구글 위성사진으로 확인했을 때는 엄청 복잡한 곳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텅비었다. 마당에 아무도 없고, 출근하는 직원도 없다. 직원 주차장도 비었다. 오늘 여기 휴일인가? 배달 오는 트럭도 몇 대 안 됐다. 짐도 엄청 빨리 내렸다. 대자마자 작업을 시작하더니 얼마 안 돼 파란불이 들어왔다. ~ 몇 시간 걸리는 곳도 있는데. 예정보다 빨리 끝났지만 그냥 마당에서 기다렸다. 그 사이에 다음 작업이 들어왔다. 2시간 휴식이 지났다. 8/2 스플릿을 했기 때문에 2시간은 쉬어야 오늘 나머지 작업 시간이 충전된다. 이제 6시간 남았다.

 

발송처는 타이슨이었다. 이미 트레일러 번호까지 나와 있는 것으로 봐 드랍 앤 훅이 확실하다. 트레일러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라 아메리콜드에서 나무 조각만 치웠다. 타이슨에서 검사를 하더니 자체 세척장으로 가라고 했다. 자동 세척 베이가 있었다. 트레일러 문을 열고 대면 기계가 자동으로 세척을 한다. 빨간불이 들어오더니 파란불이 안 들어온다. 작업을 하고는 있는 건가? 뒤로 가봤다. 수동 세척 베이가 3, 자동이 하나다. 기계가 물을 흘린 흔적은 있는데 안이 별로 안 깨끗하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가란다.

 

가져갈 트레일러를 찾았다. 트레일러가 너무 높다. Fifth wheel이 킹핀에 걸리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손으로 트레일러 기어를 적당한 높이로 내려야 한다. 이게 또 육체노동이다. 운동도 부족한데 잘 됐다고 하기에는 날씨가 덥다. 헉헉, 영차영차, 낑낑.


0919 Sapp Bros1.jpg

 

1시간 거리의 주유소로 향했다. 일리노이 주 페루(Peru), 삽브로스(SAPP BROS) 트럭스탑에 처음으로 왔다. 어쩐 일인지 회사에서 주유소를 이쪽으로 지정했다. 삽브로스는 중서부 지역에 17개의 트럭스탑을 운영하는 지방 기업이다. 트럭스탑도 쏠림 현상이 심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잘 된다. 적립 포인트 때문이다. 주유 후 삽브로스 적립카드를 바로 만들었다. 25갤런 이상만 넣으면 이후 10일 이내 이용할 수 있는 샤워 포인트가 나온다. 다른 곳은 60갤런이나 100갤런 이상 넣어야 나온다. 샤워실 문도 번호로 여는 도어락이 아니라 열쇠를 준다. 그 외에는 다른 트럭스탑과 별 다를 게 없다. 주유펌프, 샤워실, 세탁실, 화장실, 매점, 식당, 정비소, 주차장이 트럭스탑의 기본 구성이다.

 

오후 2시니 주차장은 텅텅 비었다. 한적해서 좋다. 저녁이 되어도 자리가 많을 것이다. 밤에 주차할 곳이 없을 때 이용하면 좋겠다. 점원 아주머니가 친절하다. 삽브로스, 나의 마음을 사부렀스.

 

1차 배달지까지는 4시간 거리다. 2시간 남았으니 여기서 자고 자정 쯤에 출발하기로 했다. 미시건 주는 동부시간대라서 1시간 빨리 움직여야 한다.

 

 

 

0919 Sapp2.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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