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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마라톤문학
저는 절대로 엘리트 마라토너가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으면 보통 마라토너는 다 할 수 있고 제가 못 해도 다른 마라토너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도 못하는 것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을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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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의 화염산을 지나다

톈산은 양산박의 송강
글쓴이 : 강명구 날짜 : 2018-06-18 (월) 23:08:04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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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으로 들어서는 길은 뽕나무 가로수가 한동안 이어졌다. 붉게 익어 떨어진 오디가 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뽕나무 사이사이에 접시꽃이 사막(沙漠)의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피어나고 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길가에는 지난 밤 더위를 피해 문밖의 침상에서 자는 사람들이 보이고, 먼지를 피우며 마당을 쓰는 서역여인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먼지를 뒤집어쓴 접시꽃처럼 시골티를 뒤집어썼어도 그대로 아름답게 보인다. 뽕나무 가로수가 끝나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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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포도밭의 장관은 나그네에게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투루판이라는 지명은 위구르어로 파인 곳이라는 의미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이곳은 톈산 산맥의 자락들이 에워싼 분지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섭씨 50도에 이를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엄청난 추위가 몰아닥치는 도시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며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와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톈산이 가져다준 커다란 축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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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산은 거대한 산 도적이다. 이곳은 내륙 깊숙한 곳이라 구름을 구경하기도 힘든데 그 구름이 산을 넘을라 치면 구름이 가지고 있는 습기를 탈탈 털어 눈()으로 빼앗아 머리에 이고 있다가 날이 더워지면 주위에 황량한 땅으로 흘려보내주어 온갖 생령이 자라게 만든다. 톈산은 양산박의 송강과 오용, 이규, 노지심 등 108인의 의적과 비슷한 셈이다. 중국인들은 아마 수호지보다 톈산을 현실적으로 더 좋아할 것 같다. 하늘의 것을 도적질해서 황폐한 대지에 나누어주는 의적(義賊)이니 말이다.

 

포도는 이곳의 강렬한 태양과 바다의 물 주름을 모래에 그려내는 거친 바람을 고스란히 담고, 발을 담그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맑고 깨끗한 눈 녹은 물을 마시면서 최고의 맛을 생산한다. 최고의 뜨거움과 차가움, 거친 듯 부드러움을 담아서 익은 포도 알이 이곳의 토굴(土窟)에서 오랜 시간 숙성되었다. 언제나 냉랭하던 연인과 함께 마시면 그 연인의 가슴을 뜨겁게 데워줄 마성의 포도주로 탄생하는 것이다.

 

현장법사가 천축국(天竺國)으로 가서 불경을 공부하러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당나라 조정은 백성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있었다. 장안을 출발한 현장은 감숙성 무위현에 도착했다. 변방을 지키던 관원들은 그를 붙잡아 장안으로 보내려 했으나 그는 옥문관 부근의 과주로 도망쳤다. 그는 결국 물 한 방울 없는 거친 사막을 지나 고창(투루판)에 도착했다. 그에게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도 지켜야 할 더 큰 가치가 있었다.

 

629년 불심이 깊었던 고창 왕국의 국문태라는 왕은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하미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사람을 보태 정중히 모셔왔다. 고창 왕은 현장을 극진히 모셨고, 자신을 도와 정사를 맡아 달라고 청하였으나 현장은 거절하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인도로 갔다. 그러나 그가 돌아왔을 때는 고창왕국은 당나라에 의해 멸망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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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왕은 현장의 식사대접 등 시중을 직접 들기도 하며, 현장이 설법을 나갈 때는 자신을 발판으로 밟고 올라가도록 하는 등 최고로 극진한 대접을 했다. 하지만 인도로 가기로 결심한 현장은 나흘간의 단식으로 겨우 고창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떠나는 현장을 위해 네 명의 소년을 출가시켜 시중을 들게 했고 20년간의 여비에 해당하는 황금 100, 30 마리, 하인 25명을 달려 보내며 직접 친서를 써 현장이 지나는 나라에서 돕도록 배려를 했다.

 

투루판을 지나서 하미로 향하는 길목에 화염산(火焰山)이 있다. 구리의 머리, 쇠의 몸뚱이라도 녹여버린다는 이 화염산을 현장법사 일행이 넘어갔다. 이곳 화염산은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우마왕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위구르인은 이 화염산을 '붉은 산'이라고 부른다. 산이 붉은 사암(砂巖)으로 이루어져 있어 햇빛을 받아 반사하면 마치 불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한다. 화염산의 불을 끄는 일은 파초선(芭蕉扇)을 갖고 있는 우마왕의 부인 철선공주를 이긴 손오공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불 꺼진 그 화염산을 지난 곳에 베제크리크 천불동(千佛洞)이 마음 아프게 훼손된 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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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에서도 가장 덥다는 곳이 바로 이곳 화염산이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해서 달리면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스팔트의 아지랑이 속에 이 산은 바로 불꽃의 모습이다. 무더운 여름 이곳 화염산은 섭씨 55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 현장법사가 이곳 화염산의 열기에 놀란 모습을 서유기에서는 우마왕을 등장시키고 손오공과 철선공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세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 손오공 만화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지금 그 서유기의 무대가 되는 이 화염산을 지나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한낮 최고 더위만은 피해보려고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달리지만 이런 더위 속에서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가슴이 터지기 전에 먼저 손이 붓기 시작한다. 오늘은 42km를 다 못 채우고 39km에서 마감했다. 나는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나는 재주도 없고 여의봉(如意棒)도 없으니 이 화염산의 철선 공주에게 지고 마는 듯하지만 어쨌거나 화염산은 기필코 지나서 마쳤으니 무승부로 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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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법사는 중국을 떠날 때는 보안법 위반이었지만 6452월 우여곡절 끝에 경전 520묶음을 20필의 말에 나눠 싣고 17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올 때 그는 중국의 영웅이 되었다. 처음 현장법사의 구법여행을 막았던 당태종도 목숨을 바쳐 법을 구하고 중생을 이롭게 했으니 경하 드린다며 치하를 했고 황실과 수많은 백성들은 그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했다.

 

내가 처음 유라시아 평화 마라톤에 나설 때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진짜 유라시아 대륙을 완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북한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왠지 이유를 모를 자신감이 내게 있다고. 이미 근대사 박물관에 들어가 있어야 어울릴 국가보안법을 내 손으로 유물(遺物)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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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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