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의 기억 속에 어머니의 손이 떠오른다. 손을 놓는 순간 영원히 분리될 것만 같은 공포를 울음으로 토해 낸 희미한 5살 아이의 모습.
중학교 때 또래의 남녀 학생들이 친구 집 안방에 모여서 고스톱을 치면서 진 사람의 손을 잡고 손목을 때린다.
그때 이성(異性)의 손을 잡은 떨림은 첫 사랑보다 못했다. 보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고 온 몸이 떨리고 한번도 나의 짝 사랑을 고백해본 적도 없는 그 소녀의 손을 상상했었다.
그렇게 손바닥 추억이 퇴적되어 가는 고등학교 3학년, 예비고사 끝난 첫째 주 일요일 첫눈 내린 한라산 등반을 잊을 수가 없다. 설경과 눈보라 속에 눈썹까지도 고드름이 피어나고 등산로를 잃어버려 하산길인지 백록담쪽 대피소로 가는 길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손바닥에 침을 뱉고 검지와 중지로 때린 침이 튄 방향으로 향했다.
친구와 온갖 추위를 무릅쓰고 올라갔더니 대피소가 보이고 그때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그때 밤에도 한라산을 50여회 등정했던 산악인 성량수 선생님을 만나서 난생 처음 視界(시계) 제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서서 대장부의 호연지기를 뽐냈다.
그날 성 선생님이 등산로 고비 때마다 잡아준 손의 따뜻함과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신부에게 신랑도 안 벗어준 등산복 한 벌을 벗고 입혀준 아름다운 동행 등산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내 손바닥에서는 스마트 폰의 앱들에 의해서 추억과 삶이 퇴적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이상기온으로 滿開(만개)한 왕벚꽃들에게 물었다. 오늘날 소셜네트웍(SNS)과 소셜 메시징(SMS) 시대에 우리들 행복지수가 과거와 다름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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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문 potomaccompute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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