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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국가망신법

역사의 '귀태' 국가보안법 
글쓴이 : 소곤이 날짜 : 2020-12-14 (월) 11:54:55

역사의 '귀태'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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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류경완대표 제공

 

지난 12일 한 90대 할머니가 40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장판사 이관용)는 반공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할머니(95)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 할머니는 지난 19786월 초 경기도 소재 지인의 집에서 TV를 보다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이 나오자 "김일성이 늙은 줄 알았더니 잘생겼더라", "이북에는 8시간 노동만 하면 먹고 사는 것은 걱정 안 하고 산다더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밤 9시 시누이의 남편 C씨에게 자신의 집 TV에도 북한 방송이 나오는지 보자며,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한 혐의도 받았다. A 할머니는 같은달 15일 경찰에 검거돼 구금 상태로 반공법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는데, 구속영장은 같은달 24일에 집행됐다. 그리고 그해 9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10개월을 선고받았다.

 

A 할머니는 40여년 만인 올해 5월 재심을 청구했고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재심 재판부는 "A 할머니의 행위로 인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A 할머니는 영장도 없이 체포된 후 열흘간 불법 구금된 피해자였음에도 40년간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했다.

 

반공법은 국가보안법의 사생아 격이다. 1948년 이승만정권이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母胎)로 논란 끝에 탄생한 국가보안법이 4.19혁명이후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이 대폭 삭제되자 61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정권이 반공법을 제정 공포했다. 8012.12 반란이후 반공법은 전두환 정권이 일부를 국가보안법에 흡수하며 역사속에 사라졌다. 독소조항 가득한 도로 국가보안법이 된 것이다.

 

1997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국가보안법은 총칙(總則)을 비롯, 죄와 형, 특별형사소송규정, 보상과 원호 등 4개 장과 부칙으로 이루어졌다.

 

* 국가보안법조문

https://www.law.go.kr/%EB%B2%95%EB%A0%B9/%EA%B5%AD%EA%B0%80%EB%B3%B4%EC%95%88%EB%B2%95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 최초로 폐지 권고를 결의하면서 국가보안법이 제정 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수차례 개정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점,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헌법에 규정한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령 제2, 3, 4(반국가단체)'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행위 실행 전단계의 '예비, 음모'까지 광범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해 '행위형법의 원칙'에 반하고 반국가단체의 규정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위배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특히 제7(찬양,고무 등)는 "헌법상의 언론, 출판, 학문, 예술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위축과 형벌과잉을 초래하고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구체성이 결여되어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 등 심각한 반인권적 조항"이라고 규정했다.

 

10(불고지죄)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해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선언과 명뱍히 대치되고 있다. 한마디로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대표적 악법 조항이다.

 

국가보안법상 찬양 선전조항이 얼마나 어이없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지난 20151종북콘서트논란속에 추방당한 신은미씨 케이스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재미동포 신씨는 2011년부터 남편과 함께 북한을 여행하고 2014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북한방문기를 써왔다. 이를 묶어 출판한 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도서로 선정,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되었고 통일부는 그녀를 출연시켜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전국 순회 통일 토크콘서트가 열리자 수구언론과 극우단체들이 '종북콘서트'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익산에서 일베회원으로 드러난 고교생의 황산테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종북몰이 광풍(狂風)이 불어닥쳤다.

 

당시 대통령 박근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우리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 모든 행위들은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한다"고 통일콘서트를 비난했다. 정작 끔찍한 피해를 낳을 뻔한 테러행위에 대해선 일언반구(一言半句) 말이 없었다.


통일콘서트 사회를 본 황선 전 민노당 부대변인은 구속됐고 미국 시민권자인 신은미씨는 모국에서 추방을 당했다. 이들을 옭아맨 것이 다름아닌 국가보안법이다. 신은미씨의 영장엔 찬양 선전혐의엔 대동강맥주가 맛있다’ ‘평양이 깨끗하다는 내용들이 있었다.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황당무계(荒唐無稽)한지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로 국제법과의 충돌도 있다. 헌법 제6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국제인권조약, 특히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이 국제규약의 제9, 18, 19조와 국가보안법은 내용상 양립할 수 없어 폐지되어야 될 법률이라는 것이 국제인권기구,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1993년도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 우리는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더이상 이같은 법이 필요없게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99년 국제사면위원회도 국가보안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촉구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가보안법 7조의 반국가단체 찬양조항이 처벌 대상행위가 불합리하게 넓어 유엔이 정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약을 위반하고 있어 긴급히 개정해야 한다. 석방의 전제조건으로서 일부 보안법 위반자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준법서약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점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공식 권고했다.

 

2012년 프랑스의 르 몽드는 한국의 우파 정부가 군사독재 정권이 이용해왔던 국가보안법을 좌파에 대해 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박정근 사건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대서특필했다. 리베라시옹은 해학적인 의미로 친북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음에도 이를 농담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최대 6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소개해 프랑스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법을 방치한 채 한류 열풍을 자랑스러워 하고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망신법(국망법)’ ‘국격훼손법(국훼법)’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모태(母胎)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란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鬼胎)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더 이상 세계인들의 비웃음을 사지 말고 역사의 창고속으로 영구히 봉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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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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