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溫暖化) 현상으로 심각한 생태계(生態界)의 파괴와 인간들의 무감각한 환경의식을 고발한 다큐멘타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이번엔 미국의 공교육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다큐멘터리 영화 ‘수퍼맨을 기다리며(Waiting for Superman)’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 왔다.
이 영화는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시작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서 소개됐으며 지난달 24일부터 뉴욕과 LA에서 제한 상영되는 가운데 곧 전국으로 확대 개봉될 예정이다.
“미국 공교육 시스템은 망가졌다”는 명제로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고등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학교를 중퇴(中退)하는 충격적인 교육 현실을 LA, 실리콘밸리, 뉴욕, 워싱턴DC 등지에 사는 흑인, 백인, 히스패닉 가정들이 처한 자녀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진단한다.
구겐하임 감독은 복권당첨과도 같은 상상을 초월한 경쟁 확률을 무릅쓰고 우수 학교 배정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며 미국 공교육 실패를 보여주는 다양한 통계와 수치를 방대히 담아냈다.
영화가 보여주는 충격적인 미국 공교육의 현실은 중퇴자 생산공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우는 미국 공립 고등학교를 집중 조명한다. LA에 소재한 한 학교는 지난 40여년 간 약 6만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거쳐갔지만 졸업장을 취득한 학생은 4만여명에 불과하고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한 믿기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다.
고교 중퇴자가 감옥에 갈 확률이 60% 이상이며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시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식사와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재소자(在所者)들을 위해 1년간 쓰는 예산은 1인당 3만3천 달러 이상이며 이들의 평균 수감기간인 4년동안 13만 2천 달러이상의 막대한 돈을 지출한다. 이 정도 금액이면 한 학생을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부터 12학년까지 사립학교에 보내고도 남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감독은 또한 무사안일(無事安逸)한 교육 행정과 팽배한 관료주의(官僚主義)로 학생들의 필요에 앞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전미 교원 노조도 공교육 황폐화의 일등공신(?)이라고 지적한다. 애초부터 제대로 된 공립학교 교육을 받았다면 고등학교 중퇴자가 되고 다시 재소자가 되는 현실을 예방(豫防)할 수 있으며 그들을 수감하는 경비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낭비(浪費)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구겐하임 감독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학생들의 평균 수학, 과학 실력은 다른 선진국은 물론 수 많은 개발 도상국가의 학생들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바닥수준인 25위와 21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받는 교육과 학교 시스템은 세계 최고라고 믿는 믿음은 자신감 평가 부분에서 타의 추종(追從)을 불허하고 1위에 랭크되는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미국의 공교육을 살려내려는 수 많은 교육 개혁가들과 대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는 영화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증거로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대안학교로 출발한 차터(charter)스쿨의 성공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1970년대 뉴잉글랜드 지역 교육가 레이 버드가 처름으로 제안한, 독립적이라는 뜻의 차터스쿨의 개교를 허락하는 법안을 맨 처음 통과시킨 주는 미네소타주다. 1991년 미국 최초의 차터스쿨이 이곳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전미 차터스쿨 12학년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90% 이상이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에 불과한 일반 공립 고등학교와 비교해 볼 때,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내 50개주에서 차터스쿨이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주로, 750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100여개 차터스쿨에 2만 5000여명이 등록돼 있는 뉴욕주는 차터스쿨 숫자 상으로 12위다. 미시시피주는 차터스쿨이 단 한 곳으로 꼴찌다.
빌&멜린다게이츠 교육재단의 빌 게이츠는 인터뷰를 통해 정규 공립학교에서는 아무런 열정도, 자기계발(自己啓發) 노력도 없는 안일하고 무능한 교사들이 보장된 신분을 향유하며 학생들의 필요한 학문적 요구 따위엔 신경조차 쓰지 않기에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갖춘 인력의 공백이 점점 더 커져가는 미국 지식층의 현실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영화속의 수 많은 인터뷰 장면을 통해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은 미국의 교육개혁을 가능케 할 '수퍼맨'의 가능성을 지닌 지도자로 비중있게 묘사된다. 미셸 리 교육감의 교육 개혁 성과들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교사들의 능력 평가제도 도입을 놓고 전국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퍼맨을 기다리며’는 미국사회의 난제(難題)중 하나인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기를 희망하는 학부모들과 자녀가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뉴욕 : 
파리 : 
서울 : 
